대금 배우기 2049

악보가 있어야 대금을 배울 수 있는가?

1985년에 저는 부산에서 '강백천 류' 대금산조를 배운 적이 있습니다.지금은 강백천류의 산조도 악보가 나와 있지만, 그때만 해도 강백천류는 연주하는 사람이 적고 많이 알려져 있지도 않아서, 악보 없이 구음(口音)으로 전수하였지요.선생님의 손가락을 보고 따라 하며 한 소절씩 배우노라면 답답하기도 하였고, 집에 가는 길에 버스 안에서 잊어버리지 않도록 머리 속으로 가락을 떠 올리며 손가락을 반복해 놀리던 기억이 납니다.당시는 휴대용 소형 녹음기조차도 많이 보급되지 않았던 때라 가난한 저는 구입할 엄두를 못 내었고, 다음 시간까지 선생님께서 가르쳐 주신 가락을 외워서 가야 했기에 집에 돌아와서도 먼저 대금을 꺼내 한참을 연습한 뒤에 다른 일을 할 수가 있었습니다.그러기에 진도도 많이 나갈 수가 없어서 하루에..

대금 배우기 2024.10.16

대금 수업 일지

87기반연습곡 5번과 6번까지 복습을 하고 나서새로운 곡으로 연습곡 7번을 조금 불어 보았습니다.이제 5번은 비교적 쉽게 불 수 있게 되었지만6번은 潢이 자주 나와서 운지가 잘 안 될 때가 있고대금 소리도 깔끔하지 않으니 좀 더 연습을 하셔야겠네요.그리고 7번은 선율이 조금 더 복잡하고중간에 여덟 번째 정간에 '쉼표'가 없이 '숨표'만 있어서재빨리 숨을 쉬고 다음 가락을 연결하는 것이 어려우니짧은 순간에 최대한 많은 숨을 들이마시는 연습도 하시기 바랍니다.    85기반'올드 랭 싸인'과 비슷한 '어메이징 그레이스'까지 묶어서두 곡을 함께 연습해 보았는데'올드 랭 싸인'은 박자는 거의 맞게 되었지만아직 고음의 취법이 제대로 안 되어서湳 淋 㴌 등이 나오는 가락이 탁하고 거칠어지므로고음으로 갈수록 가늘게 ..

대금 배우기 2024.10.15

녹성 선생님을 추모하며

녹성 선생님을 추모하며아래의 글은 제가 4330년 2월에 써서 회지에 실었던 글을 옮긴 것입니다.  나는 이제껏 대금을 배우면서 꽤 여러 분의 선생님을 모셨다. 잠깐 배우다 만 선생님도 있고 1년 이상 지도를 받은 분도 있으나 그 중에 참된 음악가의 길을 제시해 주신 스승은 녹성 김성진 선생님이었다. 나는 선생님께 대금을 배웠으되 가락을 전수받은 것은 아니었다. 그때 이미 선생님께선 연로하셨고 수업 시간에도 늘 말씀하시길 세세한 부분은 젊은 선생들에게 배우라고 하시면서 당신께선 주로 전체적인 흐름만 잡아 주셨다. 그러나 선생님께선 어느 젊은 선생 못지않게 열성적으로 지도해 주셨고, 대금의 기교를 배우는 걸 떠나서 선생님의 인생은 그 자체가 나에게 깊은 감명을 주었으며 선생께선 말이 아니라 자신의 삶을 그..

대금 배우기 2024.10.14

대금 수업 일지

82기반유명한 아일랜드 민요인 '아 목동아'는夾, 無 등 숙여 불며 음정을 맞추는 음들의 취법과반박자를 집중 연습하며 익히는 곡인데'못 갖춘 마디' 형식의 노래에다 반박자 쉼표가 자주 나와서정확한 박자를 파악하는 것도 꽤 어렵고㒇은 물론 㑲와 㑣까지 내려갈 정도로 음역이 아주 낮기 때문에입술이 조금만 굳어져도 대금 소리가 잘 안 나므로최대한 힘을 빼고 부드럽게 부는 연습을 많이 하셔야 됩니다.    정악 2반'세영산'과 '가락덜이'를 꾸준히 익히는 틈틈이병행하여 연습할 노래로 '보리밭'을 시작하였는데'보리밭'은 다들 쉽게 생각하고 부르는 노래이지만막상 대금으로 불어 보면 생각보다 어려운 곡입니다.젖혀 부는 姑에다 숙여 부는 夾과 無 등 취법이 어려운 음들이 많아서정확한 음정을 유지하는 것이 상당히 까다롭..

대금 배우기 2024.10.13

구두와 대금

지난 겨울에는 많은 눈이 내려서 큰 피해를 보신 분들도 있습니다만, 저는 그로 인해 생각지도 못했던 경험을 하였습니다.갑자기 많은 눈이 내린 어느 날 질퍽해진 길을 걸어서 집으로 가는 동안 왠지 왼쪽발이 축축해지는 느낌을 받았습니다.집에 도착하여 구두를 벗어 보니 아니나 다를까 왼쪽 양말이 푹 젖어 있는 것이 아니겠습니까?어디 물이 스며드는 곳이 있나 하고 구두를 살펴보다가 밑바닥이 가로로 길게 깨져 있는 것을 발견하였습니다. '아하, 그래서 물이 샜구나' 하면서 이 번엔 오른쪽 구두를 보니 예상과는 달리 전혀 이상이 없이 말짱한 것이 아니겠습니까?아니, 같은 날 한꺼번에 사서 똑같이 신고 다닌 구두가 어찌하여 한 쪽은 깨져서 완전히 두 쪽이 되었는데, 어떻게 다른 쪽은 새것처럼 보이는 것일까, 한참을 ..

대금 배우기 2024.10.12

대금 수업 일지

87기반연습곡 6번은 박자나 선율이 5번과 거의 비슷하지만배운 지 얼마 안 된 潢이 더 자주 등장하여 약간 까다롭습니다.潢을 불 때는 왼손 지공 3 개를 모두 막아야 하는데아직은 운지가 자유롭지 않아서 지공 막는 것도 힘들고㳞 汰 潢 등의 음정에 따른 취법이 익숙하지 않으니각각의 음들을 제대로 불기도 어렵습니다.그래서 잠깐 쉬는 시간에는 대금을 내려놓고손으로 박자를 짚고 노래를 부르며 음을 익혔는데대부분 음정도 낯설고 박자도 일정하게 유지하기 어려우므로틈틈이 박자와 노래를 연습하셔서 음감을 익히시게 되면대금으로 연습곡을 불 때에도 훨씬 쉬워집니다.    85기반'고향의 봄'을 복습하며 점검을 해 보니박자는 거의 맞는데 음정이 조금 불안한 곳이 있어姑의 취법과 음정을 조절하는 연습에 집중하였는데한 박씩 길..

대금 배우기 2024.10.11

노(老)악사의 가르침

훌륭한 스승을 모시고 음악을 배울 수 있다면 큰 복입니다. 박연의 예에서 보듯 대가를 사사하고 제대로 배우고 싶은 욕망은 누구에게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명인에게 배울 수는 없지요. 명인들일수록 바쁘니까요.그래서 서양음악을 전공하는 학생들에게는 "마스터 클래스"라는 것이 있습니다.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명연주가를 모시고 짧게나마(몇 시간 또는 며칠간) 단체로 지도를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입니다. 여러 명이 돌아가면서 지도를 받다 보면 한 사람에게 할애되는 시간은 몇 분에 지나지 않을 때도 있습니다. 과연 그렇게 해서 효과가 있을까요? 비싼 돈과 시간을 투자할 가치가 있을까 의심스러운 분도 있을 것입니다.하지만 유명 연주가 중에는 옛날 잠깐 스쳤던 어느 대가의 마스터 클래스가 자..

대금 배우기 2024.10.10

대금 수업 일지

82기반'그리움 3번'에는 취법이 까다로운 음들이 많이 나오는데여러 가지 음들의 음정을 맞추려면 운지법만으로는 부족하기에다양한 취법을 이용하여 음정을 보정해야 하며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12 율명을 알고 있어야 합니다.예를 들어 둘째 각의 가락은潢應潢㳞㴌汰~ 으로 시작하는데음 높이를 잘 모르는 분들은 음들 간의 높낮이 차이가 어느 정도인지 감이 안 잡히겠으나潢應潢OOOO㳞㴌O汰~처럼 潢과 應은 바로 이웃한 음인데 반해潢과 㳞 사이에는 汏 汰 浹 㴌 등 많은 음들이 있어 간격이 넓고넷째 각의 선율 林蕤林㳞㴌汰~ 에서는林蕤林OOOOOOOOO㳞㴌O汰~ 으로林과 蕤은 아주 가까운 음이고林에서 㳞는 거의 한 옥타브 차이가 나므로항상 음들의 간격을 생각하며 취법을 조절해야 합니다.    정악 2반'가락덜이'는 '세영..

대금 배우기 2024.10.09

[두부 가락]을 아십니까?

제가 오래전 녹성 선생님(김성진 선생님)께 정악을 배울 때 들은 이야기입니다. 대금을 하시는 분은 다들 아시겠지만, 녹성선생님께서는 대금정악의 무형문화재 예능보유자이셨지요. 그날 저는 '도드리'를 불고 있었습니다. (정약대의 전설에 나오는 바로 그 도드리입니다.)한 바탕 불고 난 후, 선생님께선 옛날 당신이 대금을 배우시던 그 때 이후로, 도드리 악보에 새 가락이 들어간 연유를 들려주셨습니다. 원래 도드리는 '보허사'의 변주곡으로 1장과 4장은 동일하며, 3장의 첫째 각은 1장의 첫째 각과 동일하였다 합니다. (웃도드리 '송구여' 악보를 비교해 보아도 알 수 있습니다.)선생님께서 이왕직 아악부에서 대금을 배우시던 그 시절(대략 1930년대), 수업이 끝나고 혼자 연습을 하고 있는데 선생님께서 부르시더니 ..

대금 배우기 2024.10.07

대금 수업 일지

87기반연습곡 5번은 호흡도 길어야 하는 데다선율이 끊어지지 않도록 이어 불어야 하므로각각의 음에 맞게끔 취법을 조절하며 연결하는 것도 까다롭고汰-㳞-潢으로 끝나는 마지막 소절에서는왼손의 지공 3 개를 동시에 정확하게 막으면서취법도 㳞의 날카롭고 빠른 입김에서순간적으로 부드럽고 느린 潢으로 바꾸는 것이 꽤 어려우니수 백 번 반복하며 연습하시기 바랍니다.    85기반'기다리는 마음'은 아직 음정이 정확하지 않아서취법에 집중하며 몇 번 더 연습을 한 뒤에성부를 나눠서 2중주를 해 보았는데'어머님 은혜'와 달리 두 성부가 전혀 다른 선율이라조금만 잘못해도 박자를 틀리게 되므로각자 박자와 음정을 정확하게 불면서 상대방의 소리도 들어야 합니다.'고향의 봄'은 姑의 취법과 음정을 계속 익히는 곡인데반박자에서 姑 ..

대금 배우기 2024.1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