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오래전 녹성 선생님(김성진 선생님)께 정악을 배울 때 들은 이야기입니다.
대금을 하시는 분은 다들 아시겠지만, 녹성선생님께서는 대금정악의 무형문화재 예능보유자이셨지요.
그날 저는 '도드리'를 불고 있었습니다. (정약대의 전설에 나오는 바로 그 도드리입니다.)
한 바탕 불고 난 후, 선생님께선 옛날 당신이 대금을 배우시던 그 때 이후로, 도드리 악보에 새 가락이 들어간 연유를 들려주셨습니다.
원래 도드리는 '보허사'의 변주곡으로 1장과 4장은 동일하며, 3장의 첫째 각은 1장의 첫째 각과 동일하였다 합니다. (웃도드리 '송구여' 악보를 비교해 보아도 알 수 있습니다.)
선생님께서 이왕직 아악부에서 대금을 배우시던 그 시절(대략 1930년대), 수업이 끝나고 혼자 연습을 하고 있는데 선생님께서 부르시더니 돈을 주시면서 저녁 준비를 하도록 두부와 고기를 사서 댁에다 갖다 주라는 심부름을 시키셨다 합니다.
심부름을 하고 왔더니 선생님께선 수고하였다며 대금 가락을 하나 가르쳐 주셨는데, 그것이 바로 도드리 3장의 첫째 각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이후로는 3장의 첫째 각이 초장과 달라지게 되었다는군요.
제가 도드리를 배울 때 선생님께선 3장 첫째 각을 가리키며, "이 가락이 바로 <두부 가락>이야"라고 말씀하셨지요. 그래서 저는 지금도 도드리를 불 때면 늘 '정약대의 전설'과 함께 '두부 가락'을 떠올리곤 합니다.
지금은 뵈올 수 없는 인자하신 선생님의 모습이 참으로 그립습니다.
'대금 배우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노(老)악사의 가르침 (2) | 2024.10.10 |
---|---|
대금 수업 일지 (1) | 2024.10.09 |
대금 수업 일지 (0) | 2024.10.06 |
낙수물이 바위를 뚫듯.... (1) | 2024.10.05 |
대금 수업 안내 (0) | 2024.10.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