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사랑 회원들께서 종종 산이나 공원에서 대금을 연습하는 사람을 본 적이 있다고 하실 때마다
제가 말씀 드리길 그분들은 대부분 대금을 배운 지 얼마 안 된 초보자일 거라고 하였는데
물론 대금을 오래 배워서 잘 부는 분들 중에서 야외에서 연습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음악을 오랜 기간 배우고 가르쳐 본 경험에 의하면
어떤 악기든지 계속 연마하면 할수록 오히려 자기 실력에 대한 자신감이 감소하여
초급, 중급을 거쳐 한 단계씩 올라가면 차마 남들 앞에서 연습하기가 꺼려집니다.
왜냐하면 열심히 연습을 해서 실력이 향상되는 속도보다
음악을 듣고 이해하는 능력과 지식이 더 빨리 늘기 때문에
자기 대금 연주에 대해 만족하는 것은 영원히 불가능하니까요.
만약 그렇지 않고 어느 정도 성장한 후에 그 상태에 만족하고 안주하게 되면
더 이상 높은 경지에 대한 갈망도 없을 것이고, 따라서 발전할 여지도 없어지겠지요.
그런데 제가 말씀 드린 내용을 저 혼자만 느낀 게 아니라
다른 분야에서도 그렇게 생각한 분들이 있었던가 봅니다.
위 그래프는 코넬 대학교의 더닝교수와 크루거박사의 연구에 대한 것으로
일명 '더닝-크루거 효과'라고 하며
가로축은 경험치이고 세로축은 자신감을 나타내는데
일반적인 예상과 달리 조금밖에 모르는 초보자일 때 자신감이 최고치를 보인 후
경험이 쌓임에 따라 오히려 차차 감소하여 중급자에서 최저 상태가 되었다가
점점 숙련도가 높아져서 전문가에 근접해서야 다시 자신감이 조금씩 상승한다는 것을 말합니다.
즉, 대금을 배운 지 얼마 안 된 초보자들은 악기 연주가 얼마나 어려운지 잘 모르기에 자신감이 충만하여
다른 사람들 앞에서 대금을 부는데 거리낌이 없지만
한 해 두 해 배우고 연습하며 차차 대금에 대해 알아갈수록 자신의 연주에 만족하지 못 하므로
여러 사람들이 왕래하는 공개적인 장소에서 연습하는 것이 꺼려지는 것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