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대금을 배우려는 회원님들의 연령대가 높아지다 보니
음악회 때 악보 외우는 것이 힘들어
구글안경이 판매되면 좋겠다고 하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군요.
하지만 그것이 무슨 소용이 있을까요.
대금뿐만 아니라 인간의 모든 능력이 나이가 들수록 줄어들기 마련이지요.
몇 년 전에 여고생에게 단소를 잠깐 가르친 적이 있습니다.
초등학교 때 단소를 조금 배워서 간단한 동요 정도는 불 수 있었습니다만
기초부터 다시 해야 할 것 같아서 첫 주엔 음계 연습곡을 불었고
둘째 주에 동요 몇 곡과 민요 몇 곡을 배웠는데
갑자기 학교에서 학급 대표로 장기 자랑을 하게 되었다고 하더군요.
자기 반에서 단소를 제일 잘 분다고 뽑혔다길래
영산회상 중에 타령을 하기로 하고 셋째 주에 타령 1장을 배웠습니다.
넷째 주엔 1장을 다 외우고 2~4장을 마저 배웠는데
그다음 주에 타령을 4장까지 모두 외워서 무난하게 발표를 했습니다.
연습을 특별히 많이 한 것도 아니고
학교에서 쉬는 시간에 잠깐씩 불어 본 것이 전부인데
어른들이라면 2~3주 만에 타령을 외우는 것도 어렵겠지만
그보다는 단소를 배운 지 불과 한 달 만에 타령을 그 정도 분다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즉, 악보 외우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나이가 들수록 악기를 익히고 연주하는 것이 어려워지기 때문에
어린 학생들보다 몇 배 연습을 많이 해야 하는 것입니다.
암기력만 퇴보하는 것이 아니고 모든 신체능력이 저하되므로
젊었을 때는 100번만 불고 연주할 수 있었다고 해도
나이가 들면 1000번을 연습해야 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수많은 연습을 통해 악보가 저절로 외워질 정도가 안 되면
남들 앞에서 대금을 불만한 실력이 갖추어지지 않으므로
연습은 많이 했는데 악보를 못 외워서 악보를 펴 놓고 하겠다거나
구글안경을 이용하겠다는 것은 무의미합니다.
'대금 배우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대금이 어렵게 느껴지면 (1) | 2024.12.06 |
---|---|
대금 수업 일지 (1) | 2024.12.05 |
대금 수업 일지 (0) | 2024.12.03 |
12월의 국악인 - 하규일(河圭一) (3) | 2024.12.02 |
대금 수업 시간표 (0) | 2024.12.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