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비젼에서 시각장애를 가진 음악가를 본 적이 있습니다.
키보드, 드럼, 기타에 노래까지 다재다능한 젊은이였는데
여러 가지 악기를 다루는 재능도 놀라웠지만
연습하는 과정을 들어보니 애처롭고 눈물겹더군요.
악보를 볼 수가 없어서 수 백 번씩 테잎을 돌려 들어가며
모든 곡을 완전히 외워서 따라 한답니다.
유명 클래식곡이나 많이 알려진 곡 중에는 점자 악보가 만들어진 것도 있지만
아주 드문 경우이니 대부분은 악보 없이 배웠겠지요.
음악회를 위해 악보를 외워 보시면 알겠지만
어떤 곡을 완벽하게 외운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닙니다.
한 두 곡만 해도 힘든데, 수 십, 수 백 곡을 외우려면 보통 노력으로는 어림도 없겠지요.
그리고 악보를 보고 불어도 틀리는 곳, 잘못하는 곳이 많은데
악보도 없이 하려면 얼마나 힘들겠습니까.
우리는 두 눈으로 악보를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해야 하겠지만
여기서 또 악보의 소중함을 알아야겠습니다.
회원님들의 부탁으로 음악을 듣고 악보를 만들려고 하면
적어도 수 십 번은 반복해서 들어야 합니다.
박자나 음정이 명확하게 잘 들리는 부분도 있지만
연주나 녹음 상태에 따라 애매한 가락도 많아서
하나의 악보를 만드는데 며칠이 걸릴 때도 있습니다.
헤밍웨이가 노인과 바다를 탈고할 때 수 백 번 다시 읽었다는 것처럼
작곡자가 어떤 곡을 만들 때에는
정말 수 없이 많은 고민을 하여 악보에 옮겨 적습니다.
정악이나 산조의 악보도 정말 버릴 음 하나 없이 소중한 것이니
대금을 연습할 때에도 집중하여
정간 하나하나 정확하게 연주할 수 있도록 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