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금 배우기

대금을 잘 불고 싶을수록 즐거움은 줄어든다

대금잽이 2024. 9. 14. 12:14

대금을 배우는 사람들 누구나 대금을 멋지게 잘 불고 싶은 욕심이 있을 것입니다.

명인의 연주를 듣고 있노라면 '나도 한 번 저렇게 불어 봤으면'하는 마음이 저절로 생기지요.

 

물론 누구든 체계적으로 열심히 연습하면 전문 연주가 못지않게 아름다운 음악을 만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체계적으로 열심히'라는 것이 그리 쉽지가 않습니다.

매일 몇 시간씩 연습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고, 그 몇 시간의 연습도 대충 해서는 안 됩니다.

우선 연습곡부터 단계적으로 익힌 다음, 정악 한 바탕을 배우고 나면 산조까지 불게 되는데 그냥 배우기만 한다고 해서 잘 불 수 있는 것이 아니므로 멋진 가락을 자신의 것으로 소화하기 위해서는 수 없이 많은 반복 연습이 필요합니다.

 

어떤 곡이든 적게는 수 백 번에서 수 천 번까지 반복해서 불어야 하는데, 그 중에서도 잘 안 되는 어려운 가락은 따로 떼어서 지겨울 정도로 부분연습을 해야 하지요.

그리고 기초과정을 끝내고 좀 어려운 연습곡들을 배우기 시작하면 정확한 음정을 만들어 내기 위해 대금을 숙여 불기도 하고 젖혀 불기도 해야 합니다.

뿐만 아니라 흐름에 따라 강약도 조절해야 하고, 음색도 바꾸어 가면서 풍부한 느낌을 만들어 내야 하지요.

산조를 배우기 시작하면 요성이 또 애를 먹입니다.

굵은 요성과 잘게 떠는 요성을 구분해서 제대로 하려면 몇 달 가지고는 부족하며, 산조의 맛을 느끼게 하는 꺾는음은 아무리 연습해도 감이 안 잡히지요.

 

한 마디로 대충 불어서 되는 음은 하나도 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

처음에 대금을 배울 때는 손과 팔이 아파서 고생하지만, 어느 정도 지나면 그런 어려움보다 음정과 박자를 맞추고 음색과 강약을 조절하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되지요.

좀 어려운 부분을 만나면 며칠을 반복 연습해도 잘 안되기도 하고 수업 때 지적받은 것을 계속해서 틀리다 보면 맥이 풀리기도 합니다.

한 곡 한 곡 배워 실력이 늘어도 그만큼 잘못된 습관은 생기게 마련이고, 새로운 가락을 배우기도 힘든 판에 틀린 것을 교정하기 위해 수 없이 반복 연습하다 보면 대금이 지겨워지기도 하고 가슴 속에서 울화가 치밀어 오르기도 하지요.

 

영산회상 한 바탕이나 산조 한 바탕 정도를 배우고 나면 음악 감상조차도 힘들게 됩니다.

예를 들어 유명 연주가의 대금 독주회에 참석하거나 음반을 들을 때도 '저 분은 이 부분을 어떻게 처리할까, 취법은 어떻게 할까'하는 것에만 신경이 쓰여서 편안한 마음으로 음악을 감상하는 즐거움은 줄어들게 되니까요.

 

물론 그에 반해 대가들의 연주에서 황홀하게 들었던 멋진 가락을 자신이 직접 불어 보는 즐거움은 해 보지 않은 사람은 도저히 맛볼 수 없는 것이긴 합니다.

어설프긴 해도 자기의 대금으로 아름다운 명곡들을 연주해 보는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는 것이긴 하지요. 하지만, 언제나 자기만족이란 없는 것이어서 항상 아쉬움이 남게 마련입니다.

 

자, 여러분께서는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각고의 노력으로 득음하는 그날을 위해 끝도 없는 모험의 길을 떠나시겠습니까, 아니면 편안한 자리에 앉아 다른 사람의 대금소리를 감상하는 즐거움으로 만족하시겠습니까.

 

저사랑국악회 =http://cafe.daum.net/daegumlove

 

대금동호회-저사랑

대금의 순우리말은 '저'입니다. '저사랑'은 대금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대금을 배우고 연주하며, 대금을 통해 친목을 도모하는 곳으로 대금을 사랑하는 모든 분들께 열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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