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금 배우기

대금에 청을 잘 붙이려면

대금잽이 2024. 8. 22. 16:17

"청공"이란?

우리 모두가 알다시피 대금에는 "청공"이란 것이 있습니다.
맑을 청(淸)자를 쓰는데, 사실 음색을 맑게 하기는커녕 오히려 청소리가 많이 나면 소리가 더 탁해지지요. 하지만 관악합주나 청성자진한잎 등 고음역에서의 청소리는 장쾌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또 저음부의 청소리는 따뜻한 느낌을 더합니다. 뭐, 좋은 뜻에서 "맑은 소리 구멍"(淸孔)이라 이름 지었겠지요.

오래된 악서에도 청공이 나와 있는데, 언제부터 대금에 청공이 생겼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청공은 대금에만 있는 세계 유일무이한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중국의 횡적들 중에도 청공이 있는 것이 있고 (橫笛, 笛子, 티베트 원산의 소금만 한 악기들로 여러 가지 크기가 있는데, 1104년 진양의 "樂書"에 청공에 대한 기록이 있습니다. 그 들은 "막공(膜孔)"이라고도 하는 모양이더군요) 국악기 중에도 민속악에 쓰이는 퉁소(퉁애)에는 청공이 있으니까요.
아마도 중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지역의 악기들에 예전부터 청공이 더러 있던 것이 대금에 지금까지 남아 있는 것이겠지요.


청의 채취와 보관

청은 갈대 속의 얇은 막(속껍질)입니다. 같은 벼과에 속하는 대나무에서도 속껍질이 벗겨지지만 대 속에 있는 막은 너무 얇아 쓸 수가 없고, 굵은 갈대를 베어 속껍질을 채취합니다.
한창 물이 오른 갈대를 베어 마디를 잘라 보면 청이 쉽게 벗겨져 나오는데, 예로부터 단오(음력 5월 5일)를 전후한 일주일 가량이 좋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20년간 경험한 바로는 양력 6 월 20 일 정도가 적당한 듯합니다. 물론 그 해의 강수량이나 기온에 따라, 또 갈대밭의 상태에 따라 생육에 차이가 나긴 하겠습니다만, 대체로 6월 20일은 되어야 갈대 속의 막이 제대로 형성되는 것 같더군요.
또, 너무 늦으면 속껍질이 말라 붙어서 벗겨지지 않는다고 합니다.

아무튼, 청을 채취한 다음에는(청을 채취하는 방법은 다들 아시지요?) 한 번 쪄서 말리는데, 이때부터 사람들마다 다른 비결(?)을 말하곤 합니다. 예전에는 가마솥에 밥을 뜸 들일 때 같이 넣어 찌기도 했는데, 그거야 요즘도 찐빵이나 고구마를 찌듯이 하면 되는 것이고, 어떤 이는 소금물에 삶으면 청이 질겨진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말릴 때도 예전에는 가을날 새벽 찬서리를 맞혀서 쓴다고 하였는데, 거기서 힌트를 얻은 어떤 이는 차게 하려고 냉장고에 넣었다가 꺼내기도 합니다. 서리를 맞히는 이유가 차게하는 것만이라면 타당성이 있다고도 할 수 있겠지요.

이런 저런 방법들이란 것이 청을 질기고 오래 견디도록 하기 위한 것인데, 아직 어느 누구도 과학적인 근거나 실험결과를 가지고 말하는 것은 보지 못하였습니다. 잘 모르는 분들은 청을 막 채취한 그 상태로는 쓸 수 없는 것으로 아는 분도 있던데, 그렇지는 않습니다. 가공하지 않은 청을 붙여도 크게 무리는 없습니다만, 쪄서 말린 것이 조금 더 질기지 않나 싶군요.

그리고 좋은 청이란 것이 해마다 구할 수 있는 것이 아니므로 운 좋게 마음에 드는 청을 채취하면 오랫동안 쓸 수 있도록 보관을 잘 해야겠지요. 저는 작은 상자에 제습제를 같이 넣은 다음 시원하고 바람이 잘 통하는 곳에다 둡니다. 좋은 청을 해마다 구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자신에게 맞는 청을 구하면 두고 두고 쓸 수 있어야 하므로 몇 십 년씩 보관해도 좋은 상태를 유지할 수 있으면 좋겠지요. 혹시 더 좋은 방법을 아시는 분은 알려 주십시오.


청을 잘 붙이는 방법 - 타원의 장축방향으로만 당기고, 단축방향으로는 당기지 말아야

아시다시피 청공은 타원형으로 만듭니다. 간혹 그렇지 않은 대금도 보았습니다만, 제대로 만든 악기는 거의 다 타원형으로 생겼으며, 약간씩 모양이나 크기, 위치가 다를 수는 있습니다.
하여간 청공은 거의 다 타원형 모양이므로 장축과 단축이 있지요. 청을 붙일 때는 장축방향으로만 당겨 붙여야 하며, 단축방향(대금의 길이 방향)으로는 당기지 말아야 합니다.(이 것은 청이 진동하는 모양과 관계가 있습니다) 주름을 없애느라고 너무 많이 당겨 붙이게 되면 마르면서 팽팽해져 청소리가 나지 않게 됩니다.
(아, 참. 청을 붙일 때는 배를 가른 청의 꺼칠꺼칠한 쪽이 위로(밖으로) 오도록 하는 것은 다 아시지요.)

적당히 주름을 펴서 붙인 다음 말리면 청이 수축하면서 팽팽해지는데, 이 때 어느 정도 팽팽히 하는가는 각자의 취법에 따라, 악기의 여건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으므로 여러 가지로 연구를 해 보시기 바랍니다. 사실 청을 마음에 들게 붙이기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닙니다. 습도나 온도, 연습량, 대금의 상태에 따라 청의 변화란 여간 까다롭지 않아서 운도 따라야 할 정도입니다.


청은 어디에서 울리나?

모두들 대금은 청소리가 생명이라고 하면서 청소리가 안 나면 답답하고, 반대로 너무 많이 울려도 촌스럽다고들 합니다. 아예 청을 붙이지 않은 대금소리도 맑고 아름답긴 합니다만,(제 개인적으로는 그런 대금소리도 좋아합니다) 아무래도 "대금"이라면 청소리를 떠 올리게 되지요. 자, 그러면 과연 청소리는 언제 어느 만큼 울려야 적당한 것일까요?

아무래도 청소리는 강하게 부는 역취에서 잘 나며, 특히 대금의 특징적인 주법인 "떠이어 니레~"에서 청소리가 보태지면 시원하기 그지없습니다. 하지만 그 보다 더 높은 음인 청무역이나 중청황종에서는 오히려 청소리가 거의 나지 않지요.
반대로 저취인 임종이나 중려에서도 청소리가 섞여 나는데, 예를 들어 영산회상이나 가곡의 반주에서 은은하게 울리는 청소리는 따뜻하고 그윽합니다.
청을 느슨하게 붙이면 청소리는 쉽게 나지만 아무 데서나 지저분하게 울리고, 반대로 너무 팽팽히 붙이면 답답한 느낌이 들고 불기가 힘듭니다. 역시 조절은 자신이 알아서 해야겠지만 그러려면 음악을 잘 알아야 할 것입니다.


청이 늘어날 때

많은 분들이 질문하시는 것이지만, "청이 늘어나서 아무 데서나 울린다"하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사실 청을 붙이면 당일보다 2 ~ 3 일 후에 청이 제자리를 잡으면서 약간 늘어나게 됩니다. 물론 붙인 날의 날씨에 따라 다르겠습니다만, 아주 비가 많이 오는 날 붙인 경우가 아니면 대개 이틀 정도가 지나서 청이 조금 늘어지게 되는데 저는 그 때 다시 한 번 물을 적셔서 조절을 하는 방법을 씁니다.

하지만 위에 말한 "청이 늘어났다"하는 이야기는 대부분 한 동안 악기를 불지 않았을 때 일어나는 현상일 것입니다. 아시다시피 대는 습도와 온도에 따른 수축, 팽창률이 커서, 며칠만 악기를 불지 않으면 대금이 말라 수축하게 됩니다. 그러면 당연히 청은 느슨하게 되겠지요. 이때 청을 새로 붙일 수도 있지만, 한 시간 정도 악기를 불면 다시 원래 상태로 돌아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 악기가 많이 수축하지 않았을 경우에도 청은 말라 있게 마련이고, 이 때 입김을 불어넣으면 안쪽에만 습기가 차므로 청이 불균일하게 늘어납니다. 청을 붙여 보신 분은 다 아시겠지만, 청 역시 수분량에 따라 수축, 팽창이 많아서 바깥쪽은 말라 있는데 안쪽만 수분이 공급되면 쭈굴쭈굴하게 됩니다. 이 때 역시 한 동안 대금을 불면 원래 상태로 돌아 갑니다만, 응급 처치로는 청에다 물을 살짝 적신 다음 말리면 금방 괜찮아지기도 하지요.

그런데, 어떤 이들은 아교로 붙였더니 청이 늘어났다, 또는 풀로 붙이면 청이 늘어난다 하고 엉뚱한 말들을 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한 번 단단히 붙은 청은 움직일 수 없지요. 위에 말한 것처럼 여러 가지 이유로 해서 청의 상태가 달라질 수도 있는 것을 한 가지 생각만으로 말해서는 안 되겠지요.

말이 나온 김에 청을 붙일 때 아교를 쓰는 것이 좋은지, 풀이 좋은지 한 번 생각을 해 봐야겠군요. 아교란 것은 동물성 젤라틴 같은 것을 굳힌 것으로 잘 아시는 민어부레로 만든 것도 있고, 소가죽 등으로 만들 수도 있으며, 청을 붙일 때 예전에는 녹각교(사슴 뿔)를 쓴다고 하였습니다.
예전에는 마땅한 풀이 없어서 그랬을 수도 있지요. 어릴 적에 종이를 붙이던 식으로 밥풀을 쓸 수도 없고, 밀가루 풀을 쑤자니 번거롭고, 아교는 간편하게 가지고 다니다가 물만 묻히면 되니 말입니다.

하지만 요즘은 문방구에 가면 물풀도 흔하고 딱풀같이 간편한 풀도 많지 않습니까?
아교를 쓰느냐, 풀을 쓰느냐 하는 것은 개인의 취향이라고 생각합니다.
제 경험으로는 아교는 물을 적셔 칠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는 대신 마르기는 빨리 마르고, 물풀은 칠하기는 간편하지만 마르는데 시간이 더 걸리는 것 같습니다. 따라서 천천히 당기고 조절하면서 붙이기를 원하는 분은 물풀이 나을 것이고 조절한 대로 빨리 마르기를 원하는 분은 아교나 딱풀을 쓰시면 될 것 같군요.


어떤 청이 좋은가? - 금청? 은청? 두꺼운 청, 얇은 청

이 번엔 어떤 청이 좋은 청인가 하는 것을 생각해 보겠습니다.
저는 김해(낙동강)의 청을 주로 쓰고 순천이나 목포쪽의 청도 써 보았는데, 대체로 김해의 청은 두껍고 질긴 반면 폭이 좁고, 전라도의 청은 넓고 큰 대신 좀 얇은 듯합니다.
일반적으로 청은 두꺼운 것이 좋다고들 하지요. 청이 얇으면 아무 데서나 '찍찍'하는 소리가 나면서 짜증이 나거든요. 그래서 저도 처음엔 아주 창호지 같이 두껍고 꺼칠꺼칠한 놈을 귀하게 여겼습니다만, 대금을 좀 불다 보니 그게 아니었습니다. 물론 얇은 청이 안 좋은 것은 맞습니다만, 그렇다고 너무 두꺼운 것만 찾을 일도 아니란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보통 두꺼운 청은 갈대의 뿌리쪽에서 나는 것으로 솜털 같은 것이 많이 엉겨 붙어 있고 주름이 많은 것을 생각하시면 될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청은 맑고 깨끗한 소리가 나지 않을뿐더러 붙여 놓고 나서도 늘어나는 경우가 흔합니다.

좋은 청이란 그다지 두껍지는 않더라도 주름이 없이 맑고 투명하면서 질긴 것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대개 이런 청은 갈대의 중간 부분에 생기는 경우가 많지만, 갈대가 자란 환경에도 많이 좌우되는 듯합니다.

그리고 대금잽이들 사이에 흔히 하는 이야기로 금청이니, 은청이니 하는 것이 있습니다. 갈대 속껍질은 대개 흰색이거나 투명한데, 간혹 희거나 연노랑색의 청 중에서 뽀얗게 광택을 띄는 것이 있어서 이런 말이 나왔겠지요. 금청이 좋으니, 은청이 좋으니 하면서 찾는 분들도 있지만 제 경험으로는 맑고 깨끗하면서도 질긴 것을 고르면 제일 무난하지 않나 합니다.

또 청이 너무 두꺼워도 청소리 내기가 어렵고 불기 힘들기 때문에, 자신의 입김에 맞는 청을 써야지 무턱대고 두꺼운 것만 찾을 일은 아닙니다. 그리고 자신의 악기가 청소리가 잘 나는 악기인지, 아닌지를 따져서 그에 맞춰 붙여야겠지요. ( 청소리가 많이 나고 적게 나는 것은 청공의 위치나 크기, 모양 등 여러 변수가 있습니다. 이에 관한 자세한 것은 다음에 따로 정리해서 써 보겠습니다.)
대개 정악대금은 좀 두꺼운 것을 쓰고 얇은 청은 산조대금에 붙이면 된다고 합니다.

## 이상 정악대금의 경우를 주로 예를 들었으나 산조대금의 경우도 미루어 짐작하기에 큰 무리는 없으리라 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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