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금 배우기

대금 관리

대금잽이 2024. 9. 5. 10:27

모처럼 구입한 대금을 오래도록 고장 없이 사용하고, 악기의 성능을 최대한 살리려면 평소에 어떻게 보관하고 관리해야 할까요?

우선 "대(나무)"의 성질을 알아야 합니다.
윤선도가 노래했듯이 "나무도 아니고 풀도 아닌 것"으로 섬유질이 많고 탄력성이 뛰어나서 옛날에는 낚싯대로도 쓰였는데, 그 어떤 다른 재료로 만든 대금 보다도 대로 만든 대금이 특유의 뛰어난 음색을 가지는 것도 이런 이유가 아닐까 합니다.
그런가 하면 "파죽지세"라는 말이 생길 정도로 갈라짐에는 약한 면이 있지요.

대금에 줄을 감아 놓은 것도 갈라짐을 방지하기 위해서인데, 그러면 대는 어떨 때 갈라질까요?
대는 습도 변화와 온도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여 수축과 팽창을 하므로, 말라 있던 대가 갑자기 수분을 빨아들이거나 급격한 온도 변화가 있으면 갈라질 수 있습니다.
(며칠 연습을 안 하면 청이 늘어나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도 악기가 수축하기 때문입니다.)

예컨대 오랫동안 불지 않았던 대금을 갑자기 많이 불면, 말라서 수축해 있던 대금이 속에서부터 갑자기 팽창하기 시작하므로 겉껍질이 갈라지게 됩니다.
또 차가운 곳에 있던 대금을 갑자기 불거나, 반대로 한참 불어서 따뜻해져 있는 대금을 온도가 낮은 곳에 두면 안팎이 불균형하게 팽창, 수축하면서 갈라질 수가 있지요.

그러므로 대금을 불 때는 온도와 습도의 변화를 가능하면 줄이는 것이 좋습니다.
특히 춥고 건조한 겨울철이 가장 위험하므로, 추울 때는 손으로 주무르던지 해서 온도를 좀 올려놓고 서서히 입김을 불어넣어야 하며, 반대로 연습 후에는 차가운 곳에 두지 말아야 합니다. 여름에는 온도가 높으므로 사고의 위험은 적지만 그래도 오랫동안 불지 않은 악기는 며칠에 걸쳐서 조금씩 불어가면서 서서히 길을 들이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또 한 가지, 대금은 충격에 약하므로 악기를 떨어뜨린다던지, 딱딱한 물체에 부딪히게 하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항상 악기를 내 몸같이 소중히 다루고, 이동시에는 푹신한 가방을 구입해서 들고 다녀야겠지요.

대금은 식물성 재료로 만들었기 때문에 많이 불거나 해서 습기가 차게 되면 곰팡이가 피고 썩게 됩니다. 특히 장마철에는 매일 닦아도 곰팡이가 슬게 되지요.
어떤 이는 대가 썩어야 길이 들고 부드러운 소리가 난다느니 하고 어처구니없는 말을 하기도 합니다만, 어느 정도껏 길이 들어야지 너무 썩어서 조직이 코르크같이 되면 속에서 소리를 먹게 되어 울림이 좋지 않게 됩니다.
즉, 소리가 작고 약하게 되지요. 대금에 칠을 잘 해도 몇십 년이 지나면 악기가 많이 상하게 되며, 칠을 했다고 해서 길이 안 드는 것도 아닙니다.
그러므로 한참 불고 난 후에는 대금 속의 습기를 닦아 주는 것이 최선의 방법입니다.
닦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만, 안의 칠이 상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겠지요.

그리고 대금 속에 칠을 하는 경우, 옻칠을 할 수 있으면 가장 좋겠습니다만, 보통의 경우는 유성 페인트를 바르는데, 한 번에 칠하는 것보다 얇게 2~3번 하는 것이 좋습니다. 원래 칠이란 얇게 여러 번 할수록 좋은 것이라고 하니까요.
바이올린의 경우 "스트라디바리"나 "과르네리"같은 명품들을 거의 완벽하게 복제해 보아도 똑같은 소리가 나지 않자 사람들은 몸체에 칠한 베니스에 비밀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하여 칠을 정밀하게 분석한 결과, 극히 얇은 막으로 17회 이상 여러 겹으로 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요. 그중에는 당시 그 지역의 화산재도 일부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하지만 더 연구한 결과, 칠과 소리는 별 관계가 없으며, 칠의 주된 목적은 악기의 몸체를 보호하는 것으로 얼마나 얇게 여러 번 하느냐가 관건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합니다.

오래 써서 칠이 벗겨지거나, 감아 놓은 줄이 느슨해질 경우 제작자에게 부탁하여 새로 손질을 하면 훨씬 좋은 상태가 되어서 편안한 연주를 할 수 있게 됩니다.
유지, 보수는 중요한 문제이므로 수시로 악기의 상태를 살펴보고 관리에 신경 쓰시기 바랍니다.

하지만, 이렇듯 세심하게 관리하고 소중히 다루어도 피치 못하게 악기에는 흠이 생기게 마련입니다.
그럴 때는 당황하지 말고 전문가에게 의뢰하여 수리를 하면 새것과 다름없는 상태로 만들 수 있으므로 낙심할 필요는 없습니다.
만약 악기가 갈라지던가 망가졌을 때, 유의할 점은 절대로 어설프게 손을 대던가 더 이상 불지 말고 그 상태 그대로 수리를 맡겨야 원래대로 재생이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원래 악기란 것은 수 십 년 이상 쓰다 보면 고장이 날 수밖에 없으므로 적절히 보수해 가면서 아껴 주면 평생을 사용할 수가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평상시 관리에 대해 말씀 드리자면, 먼저, 연습을 자주 할 때에는 앞서 말씀 드린 바와 같이 습기를 제거하고, 온도 변화와 충격으로부터 보호해 주면 됩니다.
다음, 피치 못할 사정으로 오랫동안 악기를 불 수 없게 되면, 서늘하고 건조한 곳에 보관하시되, 오랜 시간 후에 다시 연습하게 될 때 조심조심 서서히 연습시간을 늘려 가면 큰 문제는 없을 것입니다.

악기란 것은 연주자와 한 몸이 되었을 때 제대로 기능을 살릴 수 있으므로, 항시 대금을 손 가까이 두고 어루만져 주면서 정을 붙여야 합니다.
악기의 운명은 전적으로 주인의 책임이므로 언제나 악기를 소중히 여기고, 절대 다른 사람이 손대지 않도록 하십시오.

 

저사랑국악회 =http://cafe.daum.net/daegumlove

 

대금동호회-저사랑

대금의 순우리말은 '저'입니다. '저사랑'은 대금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대금을 배우고 연주하며, 대금을 통해 친목을 도모하는 곳으로 대금을 사랑하는 모든 분들께 열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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