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금 배우기

대금을 사려면

대금잽이 2024. 9. 3. 16:41

대금은 누구나 알다시피 대나무로 만듭니다. 그러나 아무 대나 악기의 재료가 되는 것이 아니고 쌍골죽이라야만 대금을 만들 수가 있습니다.(쌍골죽은 돌연변이 대로서 속살이 꽉 차 있기 때문에 내경을 일정하게 파내어 음정을 정확하게 만들 수 있음) 그런데 이 쌍골죽이라는 것이 워낙 찾기가 어렵고 여러 해 묵은 대가 드물다 보니 악기 값이 아주 비쌉니다. 그래서 대부분 처음엔 플래스틱으로 만든 대금으로 배우지요. 이 플래스틱 악기는 소리도 잘나고 음정도 비교적 정확해서 초보자용으로 매우 적합합니다.

하지만 대금을 어느 정도 배우다 보면 누구나 쌍골죽으로 만든 대금을 사게 되는데, 이것이 그리 간단하지가 않습니다. 우선 악기 값이 수 십만 원에서부터 백만 원이 넘는 것까지 천차만별인 데다 대량으로 만들지 않기 때문에 제작자마다 음정이나 품질이 제각각인 형편입니다. 악기 제작을 체계적으로 연구한 사람도 없고 아무나 쉽게 생각하여 만들다 보니 초보자가 좋은 악기를 고른다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대부분 각자의 선생님에게 부탁하여 대금을 구입하지요. 하지만 그렇지 못할 사정이 있는 분들이나, 선생님이 도움을 주는 경우에도 여러 가지 고민은 있게 마련이지요.

먼저 악기 값은 어느 정도가 적당한가? 당연히 비쌀수록 좋은 악기인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모두가 최고급 대금을 가질 수는 없지요. 일반적으로 취미로 배우는 경우라면 50 만원 짜리가 제일 싼 것이고 80 만원 정도면 품질이 좋으며, 무리하면 100만 원 까지도 살 수 있겠습니다만, 그 이상은 생각할 필요가 없습니다.(2003년 현재 시가)

그런데 대금을 구입할 때 대부분 모양이 예쁜 악기를 선호합니다만, 그것은 손해라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군요. 대금은 거의 가공하지 않은 자연생 대로 만들기 때문에 모양이나 재질이 조금씩 다를 수밖에 없는데, 예쁜 악기일수록 비싸다는 것은 분명하지요. 그러므로 같은 값이면 좀 못생긴 악기가 대의 질은 더 좋다는 말이 됩니다. 모양을 따질 것이냐 소리를 듣고 고를 것이냐 하는 것은 개인의 취향이라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좋은 연주를 위해서 사는 것이라면 아무래도 소리가 더 중요하겠지요.

좋은 소리란 적은 힘으로도 효율적인 공명이 되어서 크고 맑은 소리를 말하며, 대금 특유의 음색이 잘 살아나야 합니다. 대개의 경우 여러 해 묵은 대가 좋다고 하지만 대금을 만들기 위해 잘라 놓은 대나무를 보고 몇 년 묵은 것인지 판별할 수 있는 사람은 없습니다. 모두들 아는 체하며 몇 년 생이라고 말하곤 하지만 저마다의 느낌을 말하는 것뿐이지 과학적인 기준을 갖고 있는 사람은 없으므로 믿을 것이 못 됩니다. 하지만 풋대(1-2년생)의 경우는 금방 알 수 있으며 이런 대로 만든 악기는 음색이 가볍고 시간이 지나면서 악기의 질이 떨어지게 됩니다. 보통 비중이 큰 묵직한 악기가 음색이 좋은데,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므로 불어 보고 판단해야겠지요.

선생님이나 전문가가 도움을 주는 경우에도 자신의 입에 맞는 악기를 골라야 합니다. 같은 품질의 악기라도 사람마다 취법이 달라서 평가는 다양할 수밖에 없지요. 일반적으로 처음 불어서 비교적 쉽게 소리가 나는 악기가 자신에게 맞는 것입니다. 처음에 소리 내기 어려운 악기는 설사 음색이 좋더라도 길을 들이는데 상당히 애를 먹게 됩니다. 특히 취미로 대금을 배우시는 분들은 쉽게 소리가 나는 악기를 사야 힘을 덜 들이고 연주의 재미를 느끼게 되지, 뻑뻑한 악기를 샀다가는 아름다운 연주는커녕 답답한 음색에 짜증만 나고 힘만 드는 비효율적인 취미생활 끝에 결국 악기를 처분하게 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좋은 소리를 가진 대금이라도 외관에 따라 연주하기 불편한 악기가 있을 수 있습니다. 알다시피 대는 마디가 있어서 취구와 청공, 지공, 칠성공 등 9 - 10 개의 구멍이 모두 좋은 위치에 있을 수는 없습니다. 가능하면 쥐기 편하고 불기 편하며 청을 제대로 붙일 수 있는 모양이어야 하는데, 아무래도 완벽한 악기는 더 비싸겠지요.

또 한 가지, 대금을 만드는 사람이 전문가이어야 한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군요. 엉뚱하게 들릴지도 모르겠습니다만, 대금을 만드는 분들 중에는 의외로 비전문가가 많습니다. 취미로 대금을 조금 배우다가 자신의 손재주를 믿고 악기를 만드는 경우가 꽤 많습니다.(아마도 전국에 수 백 명 이상) 이런 분들이 만든 악기 중에는 음정이 잘 맞지 않는 것이 많은데, 악기가 음정이 맞지 않으면 전혀 쓸모가 없을뿐더러 오히려 귀를 버려서 두고두고 후회하게 됩니다. 저도 20년 전 돈이 없어서 싸구려 악기로 연습했는데, 초기에 음감을 제대로 잡지 못해 결국 경제적으로도, 시간적으로도 몇 배의 비싼 대가를 치렀습니다.

굳이 비싼 악기가 아니더라도 전문가가 제대로 만들어서 음정이 정확한 악기를 사야 하는데, 이 때 전문가란 대금을 전공한 사람 중에서 악기를 만드는 분뿐만 아니라, 연주가가 아니더라도 대금을 만드는 경력이 20년 이상이거나 전공자들이 주로 구입하는 제작자를 말합니다.

마지막으로 대금을 싸게 사려는 분들을 위해 덧붙이자면, 중고 악기를 생각할 수 있습니다. 어렵게 구입한 악기를 팔려고 내놓을 때는 여러 가지 사정이 있겠지요. 대금을 더 이상 불 형편이 안 된다거나, 더 좋은 악기를 새로 구입할 수도 있겠고, 악기가 마음에 안 들어 바꾸려는 경우도 있을 것입니다. 어쨌거나 중고 악기가 싼 것은 사실인데, 이 때도 역시 전문가의 도움을 꼭 받아야 합니다. 전문 제작자가 중고 악기를 판매하는 일은 거의 없고 대부분 개인들이 각자 쓰던 악기를 처분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전문가의 조언 없이 제대로 된 악기를 구하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새 악기에 굳이 애착을 갖지 않는 분이라면 중고 악기가 경제적이라 할 수 있겠지요. 운이 좋으면 횡재를 할 수도 있습니다만, 반대로 위험 부담도 따릅니다.

결론을 말씀드리자면 대금은 반드시 전문 제작자가 만든 악기를 사야 하며, 이 때도 전문가의 도움을 꼭 받아야 합니다. 악기의 가격이나 외양보다는 소리를 따져 보아서 음정이 정확하고, 소리가 쉽게 잘 나며, 음색이 좋은 것을 구할 수 있다면 후회하지 않을 것입니다.

 

저사랑국악회 =http://cafe.daum.net/daegumlove

 

대금동호회-저사랑

대금의 순우리말은 '저'입니다. '저사랑'은 대금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대금을 배우고 연주하며, 대금을 통해 친목을 도모하는 곳으로 대금을 사랑하는 모든 분들께 열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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