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금 배우기

Re: 대금산조의 우조와 계면조에 대해

대금잽이 2024. 6. 28. 16:25

원래 평조와 계면조라는 것은 정악에서 쓰던 구분입니다.

민속악에도 여러 가지 조성이 있지만 음계에 대한 이론이라기 보다는 곡의 느낌에 대한 것이 많습니다.

예를 들어 '덜렁제'니 '호걸조', '경조' 등은 그 가락의 느낌을 지칭하는 것에 지나지 않지요.

제가 오래전에 민속악의 대가들을 만나 여쭈어 보았을 때도 선법에 대해 명확히 설명할 수 있는 분은 없더군요. 그냥 단순히 우조는 '씩씩하게', 계면조는 '슬프게' 연주하는 것이라고만 말하였습니다.

그러다가 음악이론 학자들이 민속악의 선법을 연구하면서 정악의 조성 구분에 빗대어 체계를 잡은 것이라고 봐야겠지요.

 

그나마 가야금산조 같은 것은 비교적 조성이 분명하면서도 다양하게 쓰이고 있지만, 대금산조에서는 출현 음들만 가지고 명확히 구분하기가 애매한 경우도 많습니다.

모든 산조가 처음은 '우조'로 시작하는데, 여기서 말하는 우조(羽調)라는 것은 정악에서 쓰이던 '7조' 중의 우조가 아니라 '웃조'의 음차로서 '윗조'라는 뜻이니 '위로 붕붕 뜨듯이 씩씩하게 연주하라'는 뜻이며, 조성으로 보면 '평조'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출현 음들은 '황, 태, 중, 임, 남'이며 음들의 역할이나 표현 방법이 명확히 정해져 있지는 않고, 시김새도 그리 많지 않습니다.

 

하지만 같은 음계로 이루어졌어도 '계면조'가 되면 전혀 달라집니다.

즉 계면조에서도 황, 태, 중, 임, 남의 5 음이 쓰이긴 하지만 음들의 역할이 분명히 구분이 됩니다.

'본청'이 되는 임종은 가늘고 점쟎게 떨어 주지만, 태주는 '떠는 청'이므로 강하고 굵게 떨어야 합니다.

또 남려는 '꺾는 청'으로 약간 높은 음에서 꺾어 내리는 것이지요.

그러므로 임종이나 남려를 태주처럼 굵게 떤다든지, 황종이나 중려를 남려처럼 꺾어서는 안 됩니다.

대금산조의 우조(평조)와 계면조는 같은 음들을 쓰고 있어서 출현 음들만 가지고는 구분이 안되지만, 표현에 있어 분명한 차이를 가지고 있으므로 누가 봐도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만약 우조와 계면조의 차이가 명확하지 않게 연주하거나 악보를 만들었다면 음악을 제대로 알지 못한다고 할 수 있겠지요.

 

또 많은 산조에서 계면조의 전조를 하는데, 명칭은 통일되어 있지 않습니다.

'진계면'이니, '변계면'이니 하는 용어를 쓰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제 1 변청', '제 2 변청' 등으로 말하기도 하고, 서용석류 산조에서는 '임종 본청', '무역 본청' 식으로 되어 있습니다.

여하간 이조가 되어 음계가 달라지면 음들의 역할도 바뀌므로 주의해야 합니다.

'임종본청 계면'에서는 태주가 떠는청이었지만, '태주본청 계면'이 되면 본청이 되므로 당연히 가늘게 떨어야 하고, '무역본청 계면'으로 바뀌면 태주가 꺾는음이 됩니다.

 

각각의 음계에 따라 음들의 역할이 달라지므로 그 표현을 정확하게 하지 않으면 조성이 불분명해집니다.

음악을 잘 모르는 사람이라면 소리만 예쁘게 내고 기교를 많이 부리면 대금을 잘 분다고 생각할 수 있겠으나, 기본이 안 되어 있다면 단지 잔재주에 지나지 않을 것입니다.

취미로 대금을 배우는 분들 중에 굵게 떠는 음과 가늘게 떠는 음을 구분하지 못하거나 꺾는 것과 흘리는 것의 차이를 모르는 분들이 의외로 많습니다.

어린아이가 뜻도 모르면서 어려운 책을 읽어 봤자 무의미한 것처럼, 기왕 대금을 불 것이면 왜 그렇게 불어야 하는 것인지 알고 해야겠지요.

 

저사랑국악회 =http://cafe.daum.net/daegumlove

 

대금동호회-저사랑

대금의 순우리말은 '저'입니다. '저사랑'은 대금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대금을 배우고 연주하며, 대금을 통해 친목을 도모하는 곳으로 대금을 사랑하는 모든 분들께 열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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