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금 배우기

Re: 대금 배울 때 슬럼프 극복

대금잽이 2024. 6. 23. 17:13

제 생각에는 대금을 배우는 데 있어 슬럼프는 크게 두 가지 이유로 찾아오는 것 같습니다.

 

첫 째는 연습을 제대로 하지 않기 때문에 어려운 고비를 만났을 때 극복하지 못하고 좌절하는 경우입니다.

예를 들어 정악 한 바탕을 배우긴 했으나 제대로 된 표현이 안 된다든지, 산조의 요성이나 꺾는음이 계속 안 되어 아무리 불어도 맛이 안 나는 경우 등입니다. 수업 때 계속 같은 부분을 지적받고 고치려 애를 써도 잘 안 되면 대금 불기가 두렵고 싫어질 수 있겠지요.

대개 연습을 꾸준히 집중적으로 하지 않는 경우에 많이 나타나는데, 진도는 많이 나가서 배운 것은 많지만 제대로 불 수 있는 곡은 찾기 어렵습니다.

 

그럴 경우에는 정확한 진단을 받은 다음 무엇이 문제인지 찾아서 집중적으로 연습하여야 합니다. 안 되는 부분을 찾아내어 몇 달이고 연습해서 고쳐야지요. 산조의 요성이 안 되거나 정악의 '떠이어니레'가 안 된다면 몇 년을 불어도 허사입니다. 무턱대고 연습하면서 진도만 나갈 것이 아니라 안 되는 것은 되게끔 만들어야지요. 껍질을 깨고 한 단계 성숙하지 못한다면 영원히 제자리걸음만 할 테니까요.

 

두 번째, 체계적으로 꾸준히 연습을 하는데도 갑자기 대금이 힘들어지고 싫증이 나는 경우도 있을 수 있겠는데, 물론 매우 드문 일이지요.

매일 몇 시간씩 대금을 불고 수업 때 배운 것을 완벽히 소화해 낼 수 있도록 집중하며 연습해서 제대로 진도를 따라가는 경우에도 힘든 상황은 올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럴 때는 한 번쯤 기분 전환을 하면 어떨까 합니다.

즉 대금 연습에만 너무 집착할 것이 아니라, 연주회장을 찾아 새로운 자극을 느껴 본다든지, 명인들의 일대기를 더듬어 보기도 하고 고수들과 차 한 잔을 하면서 그들의 대금 편력기를 듣고 자신을 채찍질할 수도 있겠습니다.

고수들의 멋진 연주를 듣고 나면 새롭게 의욕이 솟아나기도 하고, 모진 난관을 꿋꿋하게 극복하고 우뚝 선 명인들의 삶은 그들의 아름다운 연주 못지않게 강한 자극을 후학들에게 주니까요.

 

또 한 가지 방법을 들자면 다른 악기와 합주를 해 보거나 무대에서 연주할 기회를 갖는 것도 지루함을 이겨 낼 수 있는 청량제가 될 것입니다.

실제 합주가 아니더라도 음반을 틀어 놓고 같이 영산회상을 불어 볼 수도 있겠고, 작은 음악회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산조 독주를 한 번 해 불 수도 있겠지요.

사실 매일매일 똑 같이 연습만 하다 보면 처음의 열정이 조금씩 사그라들 수도 있으므로 가끔씩 적당한 자극은 꼭 필요하다고 하겠습니다.

 

예전에 대금산조의 예능보유자이신 김동표 선생은 수 십 년 대금을 불다 보니 10 년에 한 번씩 큰 고비가 찾아 오더라고 말씀하더군요.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지금의 슬럼프가 아무것도 아닐 수도 있겠지만, 지금 겪고 있는 당사자들께서는 매우 힘드시겠지요.

아무쪼록 큰 후유증이 없도록 잘 넘기시고 오래도록 대금과 함께하는 즐겁고 아름다운 삶을 누리실 수 있길 바랍니다.

 

저사랑국악회 =http://cafe.daum.net/daegumlove

 

대금동호회-저사랑

대금의 순우리말은 '저'입니다. '저사랑'은 대금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대금을 배우고 연주하며, 대금을 통해 친목을 도모하는 곳으로 대금을 사랑하는 모든 분들께 열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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