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 한 곡을 배우고 나면 그 곡이 끝났다고 생각들 하시겠지만
사실은 그때부터 시작입니다.
예를 들어 '상주 모심기 노래'를 배울 때
먼저 음계에 따라 장식음 처리하는 법을 익히고, 박자 연습을 한 후
정확한 음정을 맞추면서 강약을 조절하여 곡의 느낌을 살리도록 배웁니다.
처음에는 박자도 틀리고 음정도 불안하지만, 하루하루 연습하다 보면 차차 익숙해져서
1~2 주 후에는 처음부터 끝까지 한 번도 안 틀리고 불 수 있게 됩니다.
그러면 대부분 이제 상주 모심기 노래를 끝냈다고 생각하시겠지만,
사실은 겨우 그 곡을 연습할 준비가 된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때부터 1천 번, 3천 번을 반복 연습하면서 정확한 가락을 몸에 익히고
올바른 취법으로 좋은 소리를 만들 수 있도록 합니다.
자기가 원하는 소리를 마음대로 낼 수 있도록 하면서
자기가 생각하는 곡의 느낌을 표현할 수 있어야 제대로 분다고 할 수 있겠지요.
정악을 배울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몇 달에 걸쳐 '여민락' 한 바탕을 배우고 나면, 다들 이제 '여민락'을 끝냈다고 말합니다만,
단지 '여민락'을 부는 방법을 배운 것뿐입니다.
어떤 곡이든 최소 1천 번은 불어야 하는데
'여민락'처럼 긴 곡은 1년을 불어도 하루에 3번씩 밖에 못 붑니다.
하지만 그렇게 수업을 하면 다들 너무 지루해하시기 때문에
그다음 시간부터 '상령산' 수업을 합니다만,
각자 알아서 '여민락'을 계속 연습하셔서 제대로 불 수 있도록 충분히 익혀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기본기가 완성이 되질 않아서 상령산을 배울 수가 없습니다.
아무리 수업 시간에 취법에 대해 설명하고 잔 가락을 처리하는 법을 알려 드려도
받아들일 준비가 안 되어 있으면 아무 소용이 없는 것입니다.
대부분 한 곡의 진도가 끝나면 일 주일 정도 불어보다가
다른 곡을 배우는데 급급하여 다시 돌아보지 않게 되는데,
그러면 그동안 배웠던 것이 몸에 익기도 전에 사라져 버리니
1년 후에 불어 보면 처음 보는 곡처럼 낯설게 되고
여러 곡을 배우기만 했지, 제대로 불 수 있는 곡은 없게 됩니다.
나는 '어떤 곡을 배웠다'가 아니라
나는 '어떤 곡을 제대로 불 수 있다'라고 말할 수 있어야
진짜 대금을 부는 것이라고 하겠지요.
저사랑국악회 =http://cafe.daum.net/daegum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