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사랑국악회 = http://cafe.daum.net/daegumlove
훌륭한 스승을 모시고 음악을 배울 수 있다면 큰 복입니다. 박연의 예에서 보듯 대가를 사사하고 제대로 배우고 싶은 욕망은 누구에게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명인에게 배울 수는 없지요. 명인들일수록 바쁘니까요.
그래서 서양음악을 전공하는 학생들에게는 "마스터 클래스"라는 것이 있습니다.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명연주가를 모시고 짧게나마(몇 시간 또는 며칠간) 단체로 지도를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입니다. 여러 명이 돌아가면서 지도를 받다 보면 한 사람에게 할애되는 시간은 몇 분에 지나지 않을 때도 있습니다. 과연 그렇게 해서 효과가 있을까요? 비싼 돈과 시간을 투자할 가치가 있을까 의심스러운 분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유명 연주가 중에는 옛날 잠깐 스쳤던 어느 대가의 마스터 클래스가 자신의 음악세계를 만들었다고 하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저 역시도 이제껏 개인 교습이란 걸 별로 받아 본 적이 없지만 여러 선생님들께서 지나다 한 마디씩 해 주신 가르침을 마음속 깊이 새겨 두고 있습니다. 다음은 황병기 선생이 부산 피난 시절 중학생 신분으로 가야금을 처음 배울 때의 회고담입니다.
(깊은 밤, 그 가야금 소리 - 황병기 저)
- 그때 국악원에 누군지도 모르는, 피골이 상접하고 몹시 남루한 영감님 한 분이 계셨는데 가끔 내가 가야금 타는 것을 유심히 보는 듯했다. 어느 날 저녁 어둠이 깃들일 무렵 내 옆으로 다가 앉더니 벌벌 떨리는 음성으로 "앞으로 가야금을 제대로 타고 싶거든 현침(絃枕) 쪽 줄을 쓰게. 되도록 단단한 소리를 써 버릇해야해."하고 퉁명스럽게 꾸짖어 주셨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이 노인이 옛날 이왕궁(李王宮) 아악부(雅樂部)의 아악사장(雅樂師長)을 지낸 가야금의 명인 김영제다. 지금은 타계한 분이지만 이 노악사가 가끔 나에게 주신 촌언(寸言)이 지금까지도 내 가야금 연주에 중요한 지침이 되고 있다. -
( 주 = "현침"이란 가야금 머리쪽에 줄을 꿰어 놓은 받침으로 현침 가까운 쪽으로 줄을 퉁기면 소리내기는 어렵지만 단단한 소리가 납니다. 바이얼린의 경우 브릿지 쪽으로 활을 켜는 것과 비교할 수 있을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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