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금산조 입문 시기

요즘 정악반 회원들께서 언제쯤 산조를 배울 수 있는지 궁금하신 듯합니다.

몇 년씩 정악대금을 배우셨으니 당연히 산조도 배우시고 싶겠지요.

이미 여러 차례 말씀 드린 바가 있는데도 계속 산조반에 대한 문의를 하시는 것은

산조가 너무나 멋있는 곡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물론 산조가 훌륭한 음악인 것은 맞습니다만,

그만큼 어렵기도 합니다.

서용석선생님이나 이생강선생님 같은 분들은 평생 음악만 공부하신 분들입니다.

어린 시절부터 대금을 연마하시면서 민속악 분야에서 일가를 이루셨고

자신들의 음악세계를 모두 펼쳐 보일 수 있도록 정수만 모아서 만든 곡이 산조입니다.

 

학문에 비유하자면 수 십 년간 공부만 한 학자가

공들여 연구한 논문이나 저서를 완성한 것에 비유할 수 있겠지요.

 

저사랑에는 13기 회원인 이상욱군의

서울대학교 물리학과 박사학위 논문이 있습니다.

제목이

- 공중에 매달린 일차원 나노구조물의 전기역학적 특성 연구 -

라고 되어 있군요.

 

논문을 선물 받고 읽어 보려 하였으나

 

"우리가 탐구하려는 시스템의 전기역학적 특성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들이 전기적인 자유도 뿐 아니라

역학적인 자유도를 동시에 가지고 있어야 하므로 일차원 나노구조는 공중에 매달려서

공간상에서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어야 한다.

공중에 매달려 있는 구조를 만들기 위해 산을 사용하지 않고 쌍극 전기영동법과 전자빔 리소그래피에 사용되는 공정들을 이용한 새로운....."

 

라고 적혀 있는 국문초록은 물론이고

수 십 개에 달하는 실험 그래프도 도무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이상욱군의 글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최소한 대학에서 물리학을 전공한 학생만큼의 지식이 필요할 것이고

간혹 고등과정의 물리를 열심히 공부한 고등학생 중에도 어렴풋하게 이해하는 학생이 있을 수 있겠지만

중학과정이나 초등교육만 받은 사람은 도저히 논문을 읽을 수도 없을 테지요.

 

민속악의 최고봉인 산조를 제대로 불 수 있으려면

음악대학에서 대금을 전공한 학생만큼의 실력이 필요할 것입니다.

 

저사랑 회원 중에 홍영우 정도라면 대금 전공학생만큼의 실력을 갖추고 있으니

당연히 산조를 잘 불 수 있습니다.

대학에서 해당학문을 전공하진 않았지만 직장생활 틈틈이 공부를 하여

전문가 못지않은 지식을 쌓은 분들도 계시니까요.

 

다음으로 이승희나 최진석선생님의 경우에는

고등학생 정도의 수준이라고 볼 수 있겠지요.

차근차근 설명을 듣고 열심히 연습하면 웬만큼 이해를 하고 불 수가 있을 것입니다.

 

박진희나 천희완 정도면 중학교에 갓 입학한 학생으로 생각할 수가 있는데

좀 부족한 상태에서 3년간 산조를 배워 보았지만 역시 무리였고

받아들일 수준과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는 산조를 배워 보았자 무의미하다는 확신만 굳히게 하였습니다.

 

현재 여민락을 배우고 있는 정악반은 초등학교 고학년에 비유할 수 있고

68기, 69기반은 초등학교 저학년으로 봐야 합니다.

 

그러면 산조를 배우는데 너무 오랜 준비기간이 필요한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하실 수 있겠지만

물론 예외도 있습니다.

어린 나이에 대학과정을 공부했던 송유근학생처럼 천재이거나

엄청나게 열심히 연습을 하여 남들보다 몇 배 빠르게 실력이 늘면

대금을 배운 지 3년 만에 산조를 배울 수도 있겠지요.

 

반면, 똑 같이 공부를 해도 어린 학생과 어른이 같은 성장을 보일 수는 없습니다.

광안댁처럼 30대에 공부를 시작한 사람은 직장에 다니면서 가정에도 신경을 써야 하니

공부에만 집중할 수도 없는 데다 신체도 이미 노화가 진행되고 있으므로

아무래도 늦을 수밖에 없습니다.

 

오래전에 서용석선생님의 첫 제자이신 최상화교수님께서 산조악보를 펴 내시면서

'3년 이상 대금을 전공한 경력'에 맞추었다고 하셨듯이

적어도 그 정도의 실력을 갖추고 대금을 자유자재로 다룰 정도가 되어야

대금산조의 다양한 표현이 가능할 것입니다.

 

저사랑국악회 =http://cafe.daum.net/daegum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