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이나 장기에는 지도대국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보통은 자기와 비슷한 실력을 가진 사람들과 겨루지만, 실력차가 날 때에는 바둑의 경우 치석을 놓고, 장기에서는 몇 개의 기물을 제한 뒤 두게 됩니다.
하지만 그 경우에도 서로 승패를 가리기 위한 것은 마찬가지입니다만, 지도대국일 때에는 승패를 떠나 '배움'의 의미가 더 큽니다.
지도대국이라고 하는 것은 프로기사나 아마추어 고수들을 모시고 두는데, 평소에는 감히 그런 고수들과 대국을 할 수 없지요. 물론 여건이 맞는다면 고수들에게 따로 수업을 받을 수도 있겠지만, 어쩌다 고수와 한 판 두는 것만으로도 많은 것을 배우게 됩니다.
대국 중에는 서로 말을 하지 않지만, 바둑을 가리켜 '수담(手談)'이라고 하는 데에서도 알 수 있듯이 운석 하나하나에서도 상대의 생각이나 감정을 느낄 수가 있지요. 또 고수의 행마나 반면운영 등 평소에 자신은 생각지 못했던 고급수순이나 감각을 배울 수도 있습니다.
물론 한 판이 끝나고 나면 복기와 함께 고수의 간략한 가르침이 뒤따릅니다만, 마주 앉아 한 수 한 수 주고받으면서 고수의 숨결을 느끼고 자신의 실수를 깨닫는 것만으로도 얻는 것이 많습니다. 평소에 책을 보면서 연구하고 동배들과 대국을 하면서 실력을 기를 수도 있지만, 지도대국 한 판을 둠으로써 새로운 경지에 눈을 뜰 수도 있는 것입니다.
프로기사나 세미프로의 경지에 있는 아마추어 고수의 경우에는 공짜로 배울 수는 없고 수업료를 지불해야지요. 프로기사야 물론 대회에 참가해서 상금을 받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그 외에 지도대국료 같은 교습비도 수입의 일부를 차지합니다.
대금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수업료를 내고 정기적으로 교습을 받는 것이 물론 가장 중요하겠지만, 고수들과 마주 앉아 함께 불어 보는 것만으로도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습니다.
음정이나 박자 같은 기본적인 것은 물론이고, 음색이나 강약조절, 전체적인 흐름에 이르기까지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여러 가지를 몸으로 직접 느낄 수 있지요.
대가들을 모신 마스터클래스 같은 짧은 수업에서도 때에 따라서는 평생의 좌우명을 얻을 수도 있습니다만, 평소에 고수와 함께 연습할 수 있다면 더없이 큰 복이라고 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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