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금 배우기

대금 속 물기 제거

대금잽이 2024. 9. 24. 11:11

    인터넷을 돌며 대금에 관한 것이 뭐 좀 없나 하고 찾다 보니 뜻밖에도

    민족사관학교 재학생인 표준범군이 대나무의 물 흡수, 발산에 관해 실험을 한 것이 있더군요.

    표군은 어릴 때 클라리넷을 배웠고 지금은 대금을 배우고 있는데

    클라리넷을 배울 땐 연습 후 꼭 악기 속의 물기를 제거하고 보관하였지만,

    대금을 연습한 후에는 그대로 악기집에 넣는 것을 보고 처음엔 놀랐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혹시 어떤 과학적인 원리가 숨어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는군요.

 

    처음 이 동영상을 보았을 때 상당히 참신한 아이디어라고 생각도 했지만,

    학생이 잘못 알고 있는 점이 있기에 그대로 두어서는 안 될 것 같아서 토를 달아봅니다.

    (그 학생의 이메일 주소를 찾아보았지만 나와 있지 않았고,

    답글로 하기에는 내용이 너무 많아 우선 저사랑 카페에 먼저 올립니다.)

 

 

          

 

 

    학생이 기특하게도 열심히 실험까지 한 것은 칭찬할 만 하지만,

    잘못된 상식을 많은 사람들에게 퍼뜨릴 위험이 있습니다.

 

    1. 침이라기보다는 수증기가 응결된 것

    위의 학생뿐 아니라 많은 분들이 대금 속의 물기를 침으로 생각합니다.

    물론 대금을 불 때 입속의 침이 일부 들어갈 수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호흡할 때 나오는 수증기가 대금의 내부에 응결된 것이라고 봐야지요.

    그렇기 때문에 추운 겨울에는 많은 양이 생기지만 한여름에는 매우 적어집니다.

    '침'이라고 하면 좀 더러운 느낌이므로 그냥 '물기'라고 하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2. 시편의 형태가 다름

    위 실험에서 표군도 일부 시인을 하고 있지만 시편의 모양이 다르며,

    얼핏 보기에 대나무의 표면적이 더 넓어 보입니다.

    학생은 표면적이 거의 같다고 하였지만, 제가 필산으로 대충 계산해 보니

    비슷한 부피를 가진 직육면체보다는 고리형태가 표면적이 더 크게 되는데,

    뭐 학생이 정확하게 계산했겠지요.

    그리고 동영상만 보고는 정확히 판단할 수 없지만

    물관의 단면이 드러난 면적이 대나무가 더 많아 보이므로

    실험에 오차를 초래할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3. 물의 흡수, 증발률이 좋다고 문제가 없는 것이 아님

     이것이 문제입니다.

    표군은 물을 빨아들이고 내뿜는 능력이 대나무가 더 좋기 때문에

    대금을 불고 난 후 악기 속의 물기를 제거하지 않아도 된다고 하였으나,

    그것은 매우 잘못된 상식입니다.

 

대금을 연주하는 분이든 취미로 배우는 분이든 가릴 것 없이 많은 사람들이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만,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저 역시 처음에 대금을 배울 때 대금 관리법을 듣지 못했기에 연습 후에 대금이 젖은 채로 그냥 보관했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시커멓게 곰팡이가 피더니 1~2 년 정도 지나자 대금이 완전히 썩어서 코르크처럼 푸석푸석해지더군요.

그때서야 유성페인트를 사다가 안쪽에 칠을 하였습니다만, 이미 울림은 안 좋아지고 소리는 힘이 없어졌습니다.

 

대금의 안쪽에 페인트를 칠하는 것도 썩는 것을 조금이라도 막기 위함인데, 제가 칠의 전문가에게 물어본 결과 어떤 페인트를 칠해도 습기를 완전히 막을 수는 없다고 합니다. 그러므로 최선의 방법은 연습 후에 반드시 물기를 제거하여 대금이 썩는 것을 미연에 방지하는 것이 되겠지요.

 

간혹 어떤 분은 대가 썩어야 대금의 음색이 좋아진다고 합니다만, 대가 썩을수록 조직이 코르크화 되어 속에서 소리를 먹게 되므로 음량이 작아지고 소리에 힘이 없으며 당연히 울림이 나빠집니다. 또 칠을 하면 소리가 훨씬 맑고 커지므로 마다할 이유가 없지요.

처음부터 칠을 해서 불어도 시간이 지날수록 대금은 길이 들게 마련이고, 습기제거만 잘 해주면 십 년, 이 십 년이 지나도 좋은 상태를 유지할 수 있으므로 악기 제작 시에 반드시 칠을 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러므로 저는 오래전부터 연습 후에 꼭 물기를 닦아내고 있으며, 저에게 배우시는 분들도 대부분 그렇게 합니다.

제가 사용하는 도구는 클라리넷 연주자들이 쓰는 것과 같이 손수건에 줄과 추를 매단 것으로 누구든지 쉽게 제작할 수 있습니다. 다만 주의할 것은 너무 큰 손수건을 써서 대금 속에 꼭 끼게 해서는 안되며, 내부에 바른 칠을 상하게 할 위험이 있거나 찌꺼기가 남을 수 있는 거친 재료는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는 점입니다.

 

저는 대금뿐 아니라 국악을 하시는 분들이 대부분 너무나 비과학적인 것이 싫습니다.

무조건 전통은 좋은 것인 줄 알고 예전부터 해 오던 방식만 고집해서는 발전이 없겠지요.

잘못된 점은 고치고 남의 것이라도 좋은 것은 받아들일 줄 알아야 좀 더 나은 미래가 있을 것입니다.

 

대금은 귀신을 쫓는 도구나 미신이 아니며, 신비한 힘을 가진 것은 더더욱 아닙니다.

단지 아름답고 좋은 소리를 만들어 많은 사람에게 즐거움을 주는 음악을 위한 도구이며, 악기를 제대로 사용하고 관리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수고가 따라야 합니다.

 

저사랑국악회 =http://cafe.daum.net/daegumlove

 

대금동호회-저사랑

대금의 순우리말은 '저'입니다. '저사랑'은 대금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대금을 배우고 연주하며, 대금을 통해 친목을 도모하는 곳으로 대금을 사랑하는 모든 분들께 열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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