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금 배우기

누가 만든 대금을 사야할지

대금잽이 2024. 5. 17. 16:38

대금을 사려면 (2)


현재 대금을 만드는 분들의 수는 꽤 많아서 전국적으로 수 백 명 이상일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런데 모두가 전문적으로 악기만 만드는 분들은 아니며, 아직까지 대금의 제작에 관해서 체계적인 이론이나 공정이 정립이 안 되어 있고 저마다 나름대로 손재주와 경험에 의해 만들다 보니 대금의 품질은 천차만별인 형편입니다.

그러면 대금을 만드는 분들을 몇 가지로 나누어 말씀드리겠습니다.


1. 전문 제작자

위에 말씀드렸듯이 아직까지 대금에 관해서 '전문'이라는 말을 붙일 만큼 악기 제작에 대해 전문적인 소양을 갖춘 분을 만나 본 적이 없습니다만, 그나마 전문 제작자라고 말씀 드릴만한 분들은 적어도 20 년, 30 년 이상 대금을 만들어 생계를 꾸리며 연주인들에게 어느 정도 품질을 인정받는 사람이라고 하겠습니다.

그러나 이 분들 역시 체계적으로 대금 제작에 관해 배워서 한다기보다는 선배로부터 익힌 제작법대로 오랜 세월 만들다 보니 자신의 경험이 보태어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제가 20 년 가까이 회원들로부터 부탁받은 대금을 구입하느라 여러 제작자들을 만나 본 결과 경력이 10 년은 넘어야 그나마 악기를 무난하게 만들 만큼 경험이 쌓인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아쉬운 것은 이 분들이 국악에 대해 어느 정도 배우기는 했지만 음악적 소양이 얕다 보니, 악기에 따라 음정이 조금씩 안 맞기도 하고 정악용, 산조용, 또는 창작곡용 등 용도에 따라 잘 골라서 구입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지금 20~30 년 이상 경력이 있는 분들은 그리 많지 않을 것입니다만, 그 분들을 이 곳에 공개적으로 소개하기는 망설여지는군요. 제가 그분들을 모두 잘 알지도 못하는 데다 몇 분만 소개하는 것은 광고를 하는 것 같기도 해서 어색합니다.


2. 대금 전공자

다른 악기에 비해 유독 대금은 전공자 중에 악기를 만드는 분이 많습니다.
역시 마찬가지로 누구 누구라고 소개하기는 곤란하지만 그 중에는 관현악단 등에서 연주자 생활을 하는 분도 있고, 학생들을 가르치는 틈틈이 대금을 만드는 분도 있지요.

이 것은 대금이나 단소의 구조가 간단하다 보니 조금만 손재주가 있는 사람이면 누구나 쉽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역시 10 년은 넘어야 제대로 된 악기를 만들 수 있다고 보며, 비교적 음정이나 품질은 좋은 편이지만 가격이 좀 비싸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분들이 만든 악기라고 해서 모두 양질의 악기라고 할 수는 없으며, 직접 연주를 하는 분들이 만들다 보니 자신의 취법이나 연주 시 습관에 의존해 악기를 만들기 때문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 불었을 때는 기대한 만큼의 효과가 안 나올 수도 있습니다.
또한 민속악만 전문적으로 하는 분들이 만든 악기는 정악대금의 경우 음정이 맞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산조대금 중에도 자신들이 주로 연주하는 유파의 가락에만 통용될 수 있는 악기도 있기 때문에 구입할 때 신중히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연주가가 직접 악기를 만드는 것이 어떻게 보면 당연하고 바람직한 것일 수도 있겠지만, 악기 제작의 전문성이라는 측면에서 생각할 때는 하루빨리 악기 제작 전문학교 등이 생겨 전문 제작자를 키웠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플룻의 경우도 '테오발트 뵘'이라는 분이 19 세기에 악기의 구조를 획기적으로 개량한 다음부터 폭넓게 쓰일 수 있게 되었습니다. 뵘은 금세공업자이면서 플룻 제작자이기도 하였지만, 어릴 때부터 플룻을 배우고 익힌 연주가이자 교육자였지요. 하지만 무엇보다도 뵘의 훌륭한 점은 악기를 제대로 만들기 위해 음악 이론은 물론이고 물리학과 음향학까지 깊이 공부해서 과학적으로 악기를 만들었다는 것입니다.


3. 악기사 (관악기 전문)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국악기를 판매하는 악기사에서도 대금을 구입할 수 있습니다.
이 때 악기사는 우리 음악에 쓰이는 여러 악기나 소품을 모두 판매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크게 현악기를 전문으로 하는 경우와 타악기나 관악기를 전문으로 하는 곳으로 나누어 생각할 수 있습니다.

우선 관악기를 전문으로 하는 악기사를 말씀드려야 할 텐데, 사실 그런 곳은 많지 않습니다.
현악기에 비해 관악기는 가격이 낮고 전문적인 제작법이 별로 전승되지 않으며, 돈을 많이 벌기도 어렵기 때문에 대금만 전문적으로 파는 곳은 적고, 현악기나 타악기등 다른 악기를 함께 판매하는 곳이 많지요.

대금만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악기사가 간혹 있기는 합니다만, 제가 알아본 곳들은 산조만 전문으로 하는 분이 만든 것이어서 정악의 음정이 맞지 않거나, 음악은 잘 모르고 대금만 제작하는 분이 만든 것으로 품질이 떨어지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아직까지 대금은 가내 수공업 형태로 만들고, 아는 사람을 통해서 구입하다 보니 제대로 된 악기는 제작하는 분 집으로 직접 찾아가서 사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4. 악기사 (현악기 전문)

대부분의 악기사가 현악기를 전문으로 하며 관악기는 구색 맞추기 식으로 진열해 놓는 경우가 많습니다. 가야금, 거문고 등의 현악기는 제작 방법도 어려우며 선생님으로부터 수십 년씩 악기제작을 공부해야 하고, 오랜 세월 축적된 전문 지식 등으로 해서 악기 제작에 관한 무형문화재도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그런 분들이 만든 악기는 솜씨는 괜찮아서 겉모습은 깔끔한데, 관악기 연주법을 잘 모르기 때문에 음정이 잘 안 맞고 연주하기에 불편한 것이 많습니다. 아무래도 이런 곳에서 좋은 대금을 구하기는 어렵지요. 하지만 대량으로 만들기 때문에 운이 좋으면 싸고 좋은 단소 정도는 건질 수도 있습니다.


5. 취미로 배운 분

앞서 말씀드렸듯이 대금이나 단소는 악기의 구조가 간단하기에 손재주가 있는 사람은 누구나 한 번쯤 악기 제작을 시도하게 됩니다. 취미로 배운 분 중에도 몇 년을 여기저기서 들은 이야기에다 자신의 생각을 보태어 악기를 꽤 그럴듯하게 만드는 분들이 있습니다.
그러다 보면 주위에 하나둘씩 판매도 하게 되고 아예 악기 제작자로 변신을 하는 분들도 생기지요.

어처구니없게도 대금을 만드는 분 가운데 이런 분들의 수가 가장 많아서 전국적으로 수 백 명인지 수 천 명인지 헤아릴 길도 없습니다. 대금을 좀 오래 배운 분이면 한 번쯤 쌍골죽 캐러 다닌 경험이 있으실 테고, 대금 제작에 관해 어느 정도씩은 들은 이야기가 있을 것입니다.

서울 쪽은 주위에 대밭이 없기에 좀 덜합니다만, 남부지방에서 대금을 배운 분들 중에는 대금을 만들려고 덤비는 분이 매우 많습니다. 하지만 이런 분들은 음악을 잘 모르고 만들기 때문에 겉모습은 멋지게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제대로 연주하기에는 곤란한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음정이 맞지 않고 연주하기 어려운 악기는 만들지도 팔지도 말아야 하는데, 문제는 그 분들이 그것을 모른다는 것입니다.
대부분 악기 제작에 관해 잘 모르기 때문에 다른 사람이 만들어 놓은 악기의 치수를 참고해서 똑같이 만드는데, 대라는 것은 모두가 굵기나 성질이 다르기 때문에 미세한 음정 조절은 자신의 귀로 할 수밖에 없는데 사실 그것은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취미로 대금을 몇 년 배운 정도로는 정확한 음정을 잡을 수가 없기 때문에 자신의 악기가 음정이 틀려도 모르는 것이지요.

물론 그런 분들이 만든 악기 중에도 좋은 대금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아무래도 음정이 잘 맞지 않는 악기가 나올 확률이 높을 수밖에 없습니다.
처음부터 제대로 된 악기로 연습하지 않으면 나중에 그 음이 익숙해져서 귀를 버리게 되고 그 때 가서는 좋은 악기로 다시 배운다고 해도 고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애당초 음악을 잘 모르면 악기를 만들지 말아야 나중에 서로 민망한 경우를 겪지 않게 될 것입니다.


6. 그냥 (엉터리)

취미로 대금을 오래 배운 것도 아니고 어쭙잖게 주워들은 풍월로, 또는 어디선가 엉터리로 듣고서는 대금이라고 만들어 파는 분도 있습니다.
이런 악기 중에는 겉모습이라도 대금 비슷한 악기도 있지만, 어처구니가 없어서 악기라고 부를 수도 없는 것들이 있습니다.

음악에 대한 상식이 전혀 없는 분도 있고, 어디서 들었는지 경상도 김해 어디에서 전해 오는 민간악기라고 우기는 분도 있더군요. 심지어 자신이 창안했다는 악기(?)를 만들어 파는 분도 보았습니다.

십여 년 전에는 어느 스님이 만들었다는 대금을 가지고 배우고자 하는 분이 있었는데, 그것은 전혀 악기라고 할 수는 없고 장식용으로 벽에 걸어 두면 어울리는 그런 물건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분은 몇 군데 대금 교습소를 찾았다가 여러 전문가들의 말을 곧이듣지 않고 또다시 그 악기(?)를 인정해 줄 곳을 찾아 떠나더군요.

그 스님이 어떤 마음으로 그 분에게 주었는지 모르겠지만, 그분은 이미 대금을 제대로 배울 수 있는 몇 군데를 먼저 찾았다가도 마다하고 갔으니, 다른 사람에게 베푼 호의가 오히려 발목을 잡을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이상 대금을 만드는 분들의 몇 가지 유형에 대해 말씀드렸습니다만, 처음에 말씀드렸듯이 외국의 악기 제작 전문학교와 같은 과정을 거쳐 체계적으로 악기를 만드는 분은 거의 없습니다.
대금의 경우 하나의 지공에서 옥타브 위 아래로 2~3 개의 음을 내야 하기 때문에 그냥 불어서는 정확한 음정을 내기가 어렵고, 각각의 음에 대한 배음 성분이나 진동 형태 등에 관한 연구, 취구나 지공의 크기와 각도에 따른 변화 등 음향학적인 연구가 필요한데, 아직까진 전무하다시피 한 실정입니다.

칫수에 맞게 구멍만 뚫으면 되는 줄 아는 사람이 많으며, 대를 채취하여 굽고 소금물에 담갔다 말리는 등의 가공법에 이르기까지 정립된 이론이 없이 중구난방이어서 어떻게 보면 한심하기도 합니다.

현재 연주자들이나 교습생들이 주로 구입하는 제작자에게서 산 악기가 그나마 믿을만하며, 위에 말씀드린 수십 년 경력의 전문 제작자나 연주가들이 만든 악기를 구입하시라고 권하고 싶군요. 하지만 이 경우에도 취미로 대금을 배우는 분들이 제대로 악기를 고르기는 어렵고 선생님의 도움을 받아야 할 것입니다.
취미로 대금을 배우다가 악기를 만드는 분들께는 미안하지만, 그런 악기들을 샀다가는 나중에 후회할 확률이 높으므로 아무쪼록 만들지도 사지도 말았으면 합니다.

윤선생님께서 현재 불고 계신 대금이 '굵으나 단단하지 않아 소리 내기가 어렵고 탁하다'고 하셨는데, 대의 조직이 치밀하지 않고 단단하지 않으면 소리가 탁하게 될 확률이 높은 것은 사실입니다만, 소리 내기가 어렵지는 않습니다. 소리 내기가 어려운 것은 대부분 취구나 내경의 손질 등 악기 제작의 미숙함에서 오는 경우가 많고, 대가 굵으면 저음이 잘 나는 반면, 고음역의 음이 낮아지고 깨끗하지 않지요.

악기를 고를 때 어떤 점을 보아야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전에 '대금을 사려면'이라는 글에서 말씀드린 바가 있기에 오늘은 어떤 사람이 만든 악기를 사야 할 것인지에 대해 말씀드려 보았습니다.

 

저사랑국악회 =http://cafe.daum.net/daegumlove

 

대금동호회-저사랑

대금의 순우리말은 '저'입니다. '저사랑'은 대금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대금을 배우고 연주하며, 대금을 통해 친목을 도모하는 곳으로 대금을 사랑하는 모든 분들께 열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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