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금 배우기

독학으로 대금을 배울 수 없는 이유

대금잽이 2023. 10. 15. 00:19

어떤 악기든지 마찬가지입니다만, 독학으로 익히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데

그 이유를 한 마디로 말씀 드리자면 '선생님이 학생을 볼 수 없기 때문'입니다.

 

악기를 연주하는 자세(운지법)나 취법을 아무리 자세히 설명해도

배우는 분이 그대로 정확하게 따라하기는 어렵습니다.

사람마다 체격과 체형이 다르고, 손과 팔의 유연성에 차이가 있습니다.

입술의 두께나 치열 등, 구강구조가 제각각이며

대금의 굵기나 취구의 크기, 모양 또한 천차만별이므로

학생마다 자세나 취법이 조금씩 다르게 마련입니다.

연습하는 모습을 보면서 선생님이 각각의 상황에 맞게 교정을 해야 하는데

독학을 하면 그 것이 불가능하며, 설혹 가끔 몇 달에 한 번 지도를 받는다고 해도

사람의 몸은 기계가 아니므로 선생님께 배운 대로 일정하게 유지할 수도 없고,

연습을 하다보면 자기도 모르게 잘못된 습관이 계속 생기기 때문에

그것을 수시로 고치고 바로잡아야 합니다.

 

또 소리란 것은 눈으로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므로 귀로 판단해야 하는데,

전문가의 수준에 오르기 전에는 그것이 매우 어렵습니다.

가령 서양음악의 A(라)음을 440Hz라고 할 때

( Hz란 단위는 1초 동안 음파가 진동하는 수를 나타냅니다 )

대금이나 플룻으로 불게 되면 취법이나 자세에 따라

435, 438, 443, 445Hz 등, 같은 지공에서도 다른 음이 날 수도 있습니다.

3~5 Hz 정도는 큰 차이가 아니라고 생각하실지도 모르지만

엄연히 다른 음이며, 그런 차이들이 불협화음을 만들고

음치의 노래처럼 어색하고 우습게 될 수도 있습니다.

 

대금의 경우 6개의 지공으로 많은 음을 만들어 내야 하므로

운지법을 익히는 것 외에 젖히거나 숙여 불어서

정확한 음정을 만들어 내야 하는 경우가 있는데

많이 숙이는 음, 조금 숙이는 음이라고 할 때

어느 정도를 뜻하는지, 말이나 글로 표현할 수가 없겠지요.

또 제작자에 따라 대금의 음정 체계가 조금씩 다르며

똑같은 대금을 불어도 각자 취법에 따라 차이가 날 수 있으니

선생님이 학생의 소리를 듣지 않으면 조언을 해 줄 수가 없습니다.

 

연습하다 보면 취법이나 자세, 음정 등이 잘못될 확률은 매우 높아서

매 주 2번씩 수업을 받아도 계속 고칠 점이 나오는데

혼자 연습해서 정확한 방법과 음정을 익히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또한 처음에 기본기의 중요성을 모르고 혼자 계속 연습하다 보면

필연적으로 잘못된 습관이 생기거나 음감을 망치게 되는데

그것이 굳어지면 굳어질수록 교정도 어렵게 됩니다.

몇 년 동안 열심히 연습했는데, 뒤늦게 잘못된 습관을 지적받아 고치려면

그동안 연습한 기간만큼 교정에 투자해야 하며,

새로운 곡을 배우고 진도를 나가기는 커녕, 처음으로 돌아가서

기초부터 다시 익혀야 하는 괴로운 상황을 맞이하게 됩니다.

즉, 선생님 없이 혼자 하는 연습은 아니 한만 못한 것이 되지요.

 

그리고, 어느 정도 기본기를 익혔다고 해도 혼자 공부할 수 없는 것이,

악보에 나타나 있지 않는 것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정간보나, 오선보 등 세상의 여러 가지 기보법들이

오랜 세월에 걸쳐 형성되고 부족한 점을 계속 보완하고는 있습니다만,

아쉽게도 모든 것을 정확하게 담아낼 수는 없습니다.

악보를 보고 박자나 음정을 정확하게 연주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해도

강약이라든지, 요성의 굵기 차이에 따른 느낌, 흘리는 폭을 얼마나 해야 하는지,

전후 관계에 따른 흐름을 어떻게 이어가야 할지, 상황에 따른 음색의 변화 같은 것은

선생님과 마주 앉아서 소리를 들으며 배우지 않으면 절대로 알 수가 없습니다.

예를 들어,  음만 해도 처음 대금을 배울 때 누구나 제일 쉽게 낼 수 있는 음이지만

자세나 취법에 따른 음정의 차이가 크기 때문에 정확한 음정을 유지하는 것도 힘들고

어떨 때는 굵게 부는가 하면, 또 어떨 때는 가늘게 부는 것이 좋으며

곡에 따라서 일부러 약간 낮게 불 수도 있는 것입니다.

 

 

음악을 잘 모르시는 분들이라면

동영상 강좌를 보면서 따라 해 보면 되지 않을까 생각하시겠습니다만,

위의 경우처럼 수많은 변수가 있기 때문에

자신은 아무리 선생님께서 가르쳐 준 대로 정확하게 한다고 해도

선생님이 보기에는 잘못된 점, 고칠 점 투성이인 것입니다.

특히 처음에 정확한 음정을 익히지 않아 음감이 잘못되면 두고두고 후회하게 되며

호흡법과 취법은 대금에서 가장 중요한 만큼

잘못된 습관을 고치는 것도 매우 어렵습니다.

 

음악이란 것은 말에서 나온 것으로, 나라마다 고유한 음악이 있으며

대금을 비롯한 우리음악에는 수 천 년간 우리 민족의 미학이 응집되어 있는 것입니다.

어느 날 갑자기 누가 새로운 음악을 창시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며

( 그것이 어려워서 그런 것이 아니라, 소통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

음악에 쓰이는 모든 것들은 수많은 음악가들의 정신이자 약속입니다.

때문에 그 많은 비밀을 혼자서 터득하는 것이 어려운 것이지요.

 

서울에 거주하시는 분이 아니라면 대금을 배울 곳을 찾기가 쉽지 않으실 텐데,

당장은 아쉽더라도 언젠가 대금을 제대로 배울 기회가 올 때까지

참고 기다리시는 것이 현명합니다.

 

저사랑국악회 =http://cafe.daum.net/daegumlove

 

대금동호회-저사랑

대금의 순우리말은 '저'입니다. '저사랑'은 대금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대금을 배우고 연주하며, 대금을 통해 친목을 도모하는 곳으로 대금을 사랑하는 모든 분들께 열려 있습니다.

cafe.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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