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금 배우기

난정서 / 응원가 / 대금

대금잽이 2025. 2. 6. 16:02

명필로 유명한 왕희지의 글씨 중에서도 '난정서(蘭亭序)'가 걸작으로 꼽히는데

봄을 맞아 '난정(蘭亭)'에서 벗들과 어울려 시를 지으며 하루를 보낸 뒤

기념으로 그 시들을 모아서 책을 엮었으며

왕희지가 서문을 쓴 것이 '난정서'입니다.

 

그런데 그 날 취흥에 겨웠던지 글씨가 멋스럽게 잘 써졌고

다음 날 자기가 쓴 '난정서'를 본 왕희지가

붓을 들고 여러 번 다시 써 봤지만

똑 같이 잘 쓰기는 어려웠다고 하네요.

  

  

그래서 왕희지 자신도 귀하게 여겼다는 '난정서'

하지만 아쉽게도 현재 '난정서'는 전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서예 작품을 좋아하던 당태종 이세민이

'난정서'를 비롯 여러 명필들의 글씨를 모아서 감상하며 즐기다가

죽을 때 아끼던 서예 작품들을 모두 가지고 가겠다고 하여

무덤 속에 부장품으로 넣었다는군요.

 

그러면 우리가 볼 수 있는 '난정서'는 어떻게 된 것인고 하니

다른 사람들이 흉내 낸 모사품들 중 몇몇 유명한 것이 전하는 것인데

하지만 왕희지 본인도 똑 같이 쓰는 것이 불가능했다고 하는 것으로 봐선

과연 얼마나 원작에 가까울지 모르겠습니다.

요즘도 왕희지의 '난정서'를 따라 쓰며 공부하는 분들이 있던데

1700년 전의 글씨를 베끼고 또 베끼다 보면 조금씩 달라질 수밖에 없겠지요.

 

 

제가 다녔던 고등학교에는 야구부가 있어서

학기 초에 선배들이 신입생들을 모아 놓고 응원가를 가르칠 때

당시 선생님들 중에 우리 학교 출신 선배님께서

학생들이 응원가를 연습하는 모습을 지켜보시다가

그렇게 부르는 것이 아니라며 시범을 보이셨는데

가사는 동일하였지만 가락이 우리가 부르던 것과 좀 다르더군요.

악보 없이 선후배 간에 구전되다 보니

불과 몇십 년 사이에도 곡이 변하게 된 것입니다.

 

 

   악보의 중요성

예전에 단소나 대금을 배우던 분들 중에

왜 굳이 골치 아프게 악보 읽는 법을 배워야 하느냐며

대충 가락을 따라 불면 되지 않느냐고 하시는 분들이 계셨는데

사람의 기억력은 별로 믿을만하지 않기 때문에

악보가 없으면 복잡한 노래를 정확하게 연주할 수도 없고

나중에 잊어버리거나 왜곡될 수밖에 없습니다.

 

여러 국악동호회 중에 간혹 선생님은 고급반만 담당하고

초급반이나 중급반에서는 선배 회원이 후배 기수를 지도하는 경우가 있는데

정악곡의 악보를 보면서 가르치고 배우는데도

선배에게서 배운 후배가 또 후배를 가르치게 되고

1년, 2년 지나면서 몇 대를 거치고 나면

장식음 처리나 강약 등 가락과 흐름이 점점 이상해집니다.

 

대부분의 정악곡들이 악보가 있음에도

수 백 년에 걸쳐 전해 오는 동안 여러 가지 변화를 겪게 되는데

옛날의 악보는 요즘처럼 정밀하지 않았고

필사하는 과정에서 오기가 생길 수도 있으며

긴 세월 동안 수 없이 반복 연주하다 보면

의도적으로 변주를 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500년 전의 곡을 원형 그대로 보존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만

그럼에도 악보대로 정확하게 연주해 버릇해야

그나마 유실되고 변질되는 것을 줄일 수 있습니다.

 

그리고 현대에 작곡된 새로운 국악곡들은

작곡자가 만든 곡을 출판한 악보가 있긴 하지만

그 악보에 적혀 있는 음 하나하나를 정확하게 불지 않거나

대충 비슷하게 연주하는 정도로 만족해서는 안 되는 것이

작곡자들이 곡을 만들 때는 수 없이 고민하며 한 음, 한 음, 심혈을 기울이므로

작곡자가 의도한 것을 마음대로 바꾸어서는 안 되는 것이지요.

 

저사랑국악회 =http://cafe.daum.net/daegum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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