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개인사업을 하시던 유사장님은 취미로 단소와 거문고를 배우셨는데
사업차 만난 분들에겐 취미활동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는다고 하시더군요.
당시엔 다들 먹고살기 힘든 세상이었기에 혹시나 상대방이
'그래? 난 이렇게 힘들게 살고 있는데, 넌 신선놀음하며 참 여유 있게 사는구나'
하면서 배 아파할까 조심스럽기 때문이라고 하였습니다.
그 때만 해도 우리 사회의 분위기는 그랬습니다.
비슷한 시기에 미국에서 사업을 해서 크게 성공한 김태연회장님,
귀국했을 때 텔레비젼에 출연해서 하는 이야기를 들어보니
자기는 비즈니스를 할 때 늘 인디언플룻을 가지고 다닌답니다.
( 인디언 플룻은 리코더처럼 생겼는데 크기는 대금만합니다 )
그러면 악기를 본 상대방이 그게 무엇이냐며 관심을 보이게 되고
자연스럽게 악기에 대한 설명과 함께 한 곡 연주도 곁들이다 보면
처음에 어색했던 분위기도 금방 풀어지면서 사업이야기도 술술 풀린다고 하더군요.
그 방송을 보면서 '기왕이면 대금을 배워서 가지고 다녔으면 더 좋았을 텐데' 하는 생각도 들고
우리나라도 먹고사는 걱정에서 벗어나 어서 문화강국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가졌습니다.
30 년 전과 비교해 보면 우리 사회도 많이 변하긴 한 것 같습니다.
대금이 어떻게 생긴 악기인 줄도 모르시던 저희 어머니께서도
요즘은 정악과 산조는 물론 황병기선생의 음반도 즐겨 들으시며
전 국민이 우리음악에 대해 기본적인 상식은 갖추게 되었으니까요.
하지만 이 정도에서 만족할 수는 없지요.
밤이면 술 대신 음악 연주와 춤으로 가족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는 인도처럼
우리도 모든 국민이 국악기 한 두 가지씩은 익혀서
아파트 집집마다 아름다운 음악소리가 울려 퍼지는 날이 오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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