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금 배우기

대금산조의 요성법에 대한 답변

대금잽이 2024. 5. 25. 14:25

반갑습니다.

이제 산조를 배우기 시작한 분인가 봅니다.

먼저 '농연'이 아니라 '농현(弄絃)'이라는 것을 말씀 드립니다. '현(악기의 줄)을 가지고 논다'는 뜻으로 현악기에 쓰는 말이며, 관악기에서는 보통 '요성(搖聲)'이라고 하는데 '소리를 떨어서 낸다'는 뜻입니다.

두 가지를 통틀어 '농음(弄音)'이라고 하는데 마찬가지 뜻으로 생각하면 되겠습니다.

(요성하는 법에 대해서는 전에 쓴 글이 있으므로, 오늘은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해 보려 합니다.)

 

어떤 악기든지 산조를 배우게 되면 제일 처음 요성이 애를 먹입니다.

떠는 음이란 것은 우리 음악에서 매우 중요한 것으로 그 곡의 성격을 결정하기도 하며, 자칫 잘못하면 우습게 되기도 하지요.

정악의 요성 역시 어렵기는 합니다만, 정악의 경우에는 처음에 요성을 하지 않더라도 가락이 비슷하게 되며, 요성을 할 정도면 이미 대금을 몇 년 배운 상태이기 때문에 어려움도 덜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산조를 할 경우에는 정악에 비해 훨씬 격렬하게 요성을 하는 데다, 농음을 하지 않으면 전혀 맛이 나질 않기 때문에 초보자의 경우 많은 어려움을 느끼게 됩니다.

 

민속악의 경우 우조(평조)에 비해 계면조에서 각각의 음들의 역할이 뚜렷하게 구분이 됩니다.

즉, '본청'과 '꺾는 음', '떠는 음'이 그것인데, 먼저 본청은 중심이 되는 음으로 원래는 농음을 하지 않았겠지만, 현재는 대부분의 민속악에서 약하게(가늘게, 또는 살짝) 떨어서 소리 냅니다.

꺾는음 역시 짧을 때는 농음을 하지 않지만, 좀 길게 할 때는 끝부분을 약간 떨어 주지요.

하지만 떠는음은 말 그대로 처음부터 끝까지 굵고 강하게 떨어서 소리를 내는데, 여기서 '굵고 강하게'라는 것은 힘껏 불어서 소리를 크게 하는 것이 아니라, 그 떠는 음의 진폭이 크고 주기가 길다(넓다)는 뜻입니다.

'높은 음과 낮은 음의 요성이 다르게 들린다'고 하셨는데, 그 보다는 음들의 역할에 따라 요성이 달라지는 것으로, '진계면'이니, '변계면'이니 하면서 '변청'이 되면 다른 음이 그 역할을 대신하게 됩니다.

 

산조라는 것은 시나위나 봉장취 같은 기악의 바탕 위에 판소리의 영향이 보태져서 완성된 것으로 봅니다. 어느 날 갑자기 생긴 것이 아니라 오랜 세월 민속악의 여러 요소가 모여서 하나의 독주곡으로 꽃 핀 것이기에 민속악의 정수가 모여 있다고도 할 수 있겠지요.

( 지금은 판소리나 산조 등 민속악이 전라도음악 일색인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예전에는 충청도나 경기도의 민속악도 아주 흥했었고, 경상도의 판소리꾼도 많았습니다.)

그러므로 산조를 잘 하려면 민속악 전반에 대해 공부하는 것이 분명 도움이 될 것입니다.

 

대금의 경우 요성을 할 때 주로 왼팔과 어깨, 나아가 목과 오른손을 모두 흔들게 되는데, 몸의 움직임이 어느 정도 자유롭게 되면 호흡의 떨림이 보태져야 깊은 농음을 할 수 있게 됩니다.

즉, 몸과 악기가 흔들리는 주기에 따라 호흡의 강약을 맞추어 주는 것이지요.

말씀하신 것처럼 '호흡이나 입술이 떨리는데 악기를 갖다 대면' 된다기보다, 처음에는 자신의 팔과 몸을 움직여서 악기를 흔들어 주어야 합니다.

 

사실 요성을 선생님이 가르쳐 준다고 해서 하루아침에 되는 것은 아니며, 스스로 터득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무턱대고 혼자 연습할 수는 없는 것이니, 선생님과 선배들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꾸준히 자신의 몸을 연마해야지요.

처음에는 거울을 보면서 연습해야 요성을 할 때 자세나 취법이 바르게 유지됩니다.

그리고 어느 정도 몸의 움직임이 자유롭게 된 후에도 혼자 연습하다 보면 엉뚱한 쪽으로 치우치기 쉬워서 음악이 이상하게 될 수 있으므로 수시로 교정을 받는 것이 좋습니다.

 

나라마다 악기마다 농음(바이브레이션)은 달라서 음악의 성격을 나타내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처음엔 어렵게 느껴지겠지만, 한 번 요성을 터득하고 나면 음악이 확 달라지게 됩니다.

요성이란 것은 매일 따로 연습해도 몇 달은 걸리며, 별다른 노력 없이 산조 가락만 배울 경우에는 몇 년이 지나도 요성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기초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으며, 기초를 충실히 하면 처음엔 느린 듯해도 본격적으로 가락을 배우기 시작했을 때 훨씬 빠르게 익힐 수 있게 됩니다.

그러기에 산조는 대금을 2 ~ 3 년 배운 연후에 하면 좋은데 대부분 산조를 빨리 배우고 싶어 하기 때문에 문제가 되기도 합니다.

우리 음악에서 떠는 음이나 꺾는 음은 매우 중요한 것이므로 소홀히 해서는 안됩니다.

또 지금은 요성이 애를 먹이지만, 조금 더 지나면 꺾는 음에서 어려움을 느끼게 될 것입니다.

아무리 열심히 해도 어려움은 계속 찾아오기 마련이지만, 그럴 때마다 부단히 노력하셔서 멋지게 산조를 연주하는 기쁨을 맛보실 수 있길 축원합니다.

 

저사랑국악회 =http://cafe.daum.net/daegumlove

 

대금동호회-저사랑

대금의 순우리말은 '저'입니다. '저사랑'은 대금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대금을 배우고 연주하며, 대금을 통해 친목을 도모하는 곳으로 대금을 사랑하는 모든 분들께 열려 있습니다.

 

 

'대금 배우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대금산조의 유파에 대한 설명  (0) 2024.05.27
대금 수업 일지  (0) 2024.05.26
대금 수업 안내  (0) 2024.05.24
박자 연습하는 방법  (0) 2024.05.23
대금 수업 일지  (1) 2024.05.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