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금 배우기

대금을 가르친다는 것

대금잽이 2023. 5. 30. 16:31

이 번에는 입장을 바꾸어 대금을 가르친 경험을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저는 처음 대금을 배우던 때부터 후배들을 가르치기 시작해서 수 십 년이란 세월이 흘렀습니다.
그동안 대금, 단소, 소금 등 수 천 명을 가르쳐 보면서 별 별 사람도 다 겪어 보았고 그로 인해 저 역시도 많은 공부가 되었습니다.

저를 거쳐간 여러분들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 기회에 하기로 하고, 오늘은 대금(악기)을 가르친다는 게 뭔가에 대해 이야기를 해 볼까 합니다.
시간이 흐르고 경험이 쌓임에 따라 교습방법도 조금씩 변하긴 했습니다만, 그러면서 차츰 가르친다는 게 어떠해야 하는지 제 마음속에 자리 잡는 생각이 있더군요.

저는 늘 대금을 배우고 가르치는 데 있어 선생의 역할은 마치 나무를 가꾸는 정원사와 비슷하다는 마음을 갖고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나무가 보기 좋은 모양으로 잘 자라기 위해서는 물론 정원사의 역할도 어느 정도 중요하겠습니다만, 일단은 그 나무의 종자가 좋아야겠지요. 그래서 그 나무가 물과 햇빛, 양분을 꾸준히 흡수해서 무럭무럭 자라주어야 정원사가 가지도 치고 모양도 잡을 수 있지 않겠습니까?
반듯한 나무로 키우려면, 어느 한쪽으로 치우쳐 자랄 때 가지도 쳐주고, 병이 생기게 되면 치료도 해야겠지요. 하지만 그것도 나무가 스스로 잘 자라줄 때의 이야기이지, 나무가 애당초 자라고 싶은 마음이 없을 때에야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자라지 않는 나무를 억지로 뽑아서 키를 늘릴 수는 없는 것이지요.

마찬가지로 아무리 잘 가르치고 싶어도, 연습을 하지 않는 사람은 그 어느 누구도 가르칠 수가 없습니다. 꾸준히 연습을 하다 보면 누구나 한 두 가지씩 이상한 습관이 생기게 되고, 엉뚱한 길로 흐르곤 합니다. 그럴 때 선생의 할 일이 생기는 것이지요. 잘못된 습관은 지적해 주고, 올바른 길로 가도록 이끌어 주는 것이 선생의 몫인데, 그러나 연습을 하지 않는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선생의 역할은 쭉쭉 커나가는 나무를 옆에서 지켜보다가 가끔씩 비뚤어지려고 할 때 한 번씩 바로잡아주는 정도면 충분하고 또 그것이 바람직한 교습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선생이 하나에서 열까지 가르쳐주고 이끌어 주는 것은 처음엔 빠를지 몰라도 나중에 홀로서기를 해야 할 때 오히려 나약한 나무가 되고 말 것입니다.

또 한 가지, 가르칠 수 없는 사람이 있다면, 가르쳐 준 대로 하지 않는 사람일 것입니다. 음악이란 것은 수천 년 동안 수많은 사람들에 의해 아름다움을 만들어 내는 방식과 틀이 만들어져 온 것입니다. 어떤 천재가 나타나 한 순간에 전혀 새로운 양식을 만들어 내는 것은 불가능하며 - 만드는 것이 어려워서가 아니라, 그것이 소통될 수 없기 때문에 무의미한 것입니다 - 음악에 쓰이는 모든 것들이 크건, 작건간에 모두 수없이 많은 선배들의 비결이 쌓이고 쌓여서 만들어진 것입니다.
음계를 만드는 방법나 연주 시 자세와 같이 기본적인 것은 말할 것도 없고, 표현에 있어서 시김새나 감정표현 등에 이르기까지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다 내재되어 있는 것이지요.

그런데, 간혹 한 가지를 배우면 그대로 익히기보다는 나름대로 자신에게 맞는 방식을 찾아보려고 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물론 어느 정도는 바람직한, 꼭 필요하기도 한 자세이지요. 하지만 도를 넘어, 가르쳐준 것은 무시하고 자신이 생각하는 대로만 한다면 제대로 음악을 배울 수가 없습니다.
예를 들어 대금이나 단소의 파지와 운지법에 있어 왼손과, 오른손의 바람직한 모양이 있는데, 처음 몇 번 해 보고는 그것이 불편한 듯하다면서 자기가 마음대로 바꾸어 잡는다면, 나중에 지나 온 길을 거슬러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하는 불행한 일이 생깁니다.

쓰다 보니 한없이 길어질 듯하여 이상 간단히 줄이고 다음 기회로 미루고자 합니다.
제가 정원사의 일을 잘 모르고 비유를 하였을 수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제가 말씀드리고자 한 바가 무엇인지는 다들 아실 것입니다. 바라건대 부단한 노력으로 득음의 경지에 오르시길 축원합니다.

 

저사랑국악회 =http://cafe.daum.net/daegumlove

 

대금동호회-저사랑

대금의 순우리말은 '저'입니다. '저사랑'은 대금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대금을 배우고 연주하며, 대금을 통해 친목을 도모하는 곳으로 대금을 사랑하는 모든 분들께 열려 있습니다.

cafe.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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