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번엔 제가 피아노를 배웠던 경험을 말씀 드리겠습니다.
오래전, 음대 입시 때문에 피아노를 배워야 했던 저는
집 근처에 새로 생긴 피아노 교습소를 찾아갔는데
선생님은 30세 정도의 아주머니였습니다.
'바이엘'부터 시작해서 한 곡 한 곡 피아노를 연습하고 있으면
일 주일에 한 번, 1분 정도 선생님이 잠깐 들여다보시곤
"잘 하네요. 다음 곡 쳐 보세요~"
하시는 게 전부였습니다.
저는 음악교습이란 게 원래 그렇게 하는 것인 줄 알았으나
주위에서 피아노학원을 바꿔보라고 해서 1년 만에 옮겼습니다.
두 번째 갔던 곳은 버스를 타고 한 시간 정도 가야 하는 곳이라 꽤 힘들긴 했으나
대금을 공부하던 후배가 추천한 곳이기에 믿고 가 봤습니다.
제 나이 또래의 젊은 아가씨가 선생님이셨는데,
동네 피아노 학원에서는 보기 드물게 그랜드피아노가 있었습니다.
잠시 몸을 풀면서 건반을 두드리고 있는데 갑자기 선생님이 제 옆에 바짝 붙어 앉더군요.
젊은 여자분이 옆에 앉는 바람에 어색한 기분으로 피아노를 치고 있는데
가만히 보시더니 급기야 손까지 덥석 잡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손목에 힘을 빼세요~" 하면서 손을 막 주무르더군요.
그리고는 제가 치는 선율에 맞춰서 같이 피아노를 쳐 주셨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많은 피아노학원에서 그렇게 가르치더군요.
음대를 졸업한 지 얼마 안 된 젊은 선생님답게 열정적으로 열심히 잘 가르쳐 주셨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서 혼인을 하게 되어 피아노 학원을 그만두시게 되었습니다.
세 번째로 찾은 곳도 30세 전후의 여선생님이셨는데
제가 연습하러 가던 오전 시간대엔 학생이 거의 없어서
선생님과 피아노 수업 외에도 종종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대금이나 우리음악에 대해 궁금해하실 땐 제가 설명 드리기도 하였고
피아노 수업 중에도 선생님께서 여러 가지 음악적인 조언을 많이 해 주셨습니다.
왼손의 반주와 오른손의 선율이 어떻게 어울려야 하는지,
강약에 따라 음악의 느낌이 얼마나 달라질 수 있는지를 배웠고,
아티큘레이션이란 것도 그 선생님께 처음 배웠습니다.
음악대학을 4년 동안 다니면서 배운 것보다도
그 때 피아노 선생님께 배운 것이 더 도움이 되었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많은 것을 느끼게 해 주셨습니다.
잘 모르시는 분들은 피아노 교습소가 모두 비슷할 것이라고 생각하시겠지만
제가 겪어본 바는 이러했습니다.
몇 년에 한 번 가끔 부산에 갈 때 선생님을 찾아뵈면 무척이나 반가워하셨는데,
요즘은 저도 사는 것이 바빠서 못 뵌 지가 오래되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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