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 교내에 있는 문화관에서는 크고 작은 연주회가 수시로 열립니다.
교내에서 하는 것인만큼 당연히 무료이지요.
그러나 공짜라고 해서 학생들 공연만 하는 것은 아니고,
무형문화재나 교수들을 비롯한 국내의 유명한 음악가들의 연주도 종종 있습니다.
하지만 다른 공연장에서는 몇 만 원씩 내야 할 멋진 무대가 있어도 객석은 항상 텅텅 비더군요.
국악뿐만 아니고, 더 자주 열리는 서양음악의 연주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우리나라 최고의 지성들이 모인 서울대학에서도 문화생활을 즐기기란 그렇게도 어려운 것인가
하고 생각할 즈음,
격주로 토요일마다 무료 영화상영을 하더군요.
천 석이 넘는 대강당이 순식간에 꽉꽉 찼습니다.
슬며시 배신감이 느껴지더군요.
대금을 배우던 저사랑 회원 중에 자칭 영화광이 있었습니다.
매 주 영화 몇 편씩은 꼭 보며, 어떨 때는 하루에 두 세 편을 본 적도 있다고 자랑하더군요.
그래서 음악공연은 얼마나 자주 보느냐고 물어 보았습니다.
한 번도 본 적이 없다고 하더군요.
또 다시 배신감을 느꼈습니다.
대부분의 음악공연은 그리 비싸지 않습니다.
영화 한 편 볼 정도의 돈이면 언제든 공연을 관람할 수 있고, 무료 공연도 많습니다.
서양음악은 말할 것도 없고, 국악 공연도 매일 저녁마다 있으며 토요일 공연도 있지만
악기를 배우는 분들 중에도 연주를 보러 가는 분은 드물더군요.
청중이 들어 주지 않으면 음악가들이 피땀 흘려 연습하는 보람도 없을테고,
공들여 음반을 내어도 사는 사람이 없으면 헛수고가 되겠지요.
자기 혼자 열심히 연습만 한다고 해서 멋진 음악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음악이란 것은 언어와 마찬가지여서 소통되지 않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대금을 하루 연습하는 것보다 공연장에서 연주를 한 번 들으면서 얻는 것이 더 많을 수도 있습니다.
틈 나는대로 연주도 보러 다니시고, 관심 있는 음반도 사서 자주 듣다 보면
귀가 열리면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대금 실력도 일취월장하는 날이 꼭 올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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